전자식 도어, 인명구조 시 문제돼
1시간 이상 지속된 화재도 의구심

테슬라 모델X가 지난 9일 주차장 충돌 화재사고로 구설수에 올랐다. 독특한 구조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전자식 도어는 사고 발생 시 인명구조를 막는 장애물이 됐다. 여기에 1시간 이상 지속된 화재로 전기차 배터리의 위험성도 재조명되는 상황이다.

테슬라 모델X / 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테슬라 모델X / 테슬라 홈페이지 갈무리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9시쯤 서울 용산구 소재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X 관련 화재 사고가 접수됐다. 차가 주차장 벽면을 들이받았는데, 그 충격으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은 10시48분쯤 진화됐다. 화재로 인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주 윤모(60)씨가 사망했다.

사고신고 접수 후 6여분 만에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윤씨를 차 밖으로 구조하는데 까지 20분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 모델X의 전동식 도어 때문이다. 모델X는 차문을 닫으면 손잡이가 문 안으로 수납되는 전동식 도어다. 여기에 뒷문은 차 문이 위로 접히며 열리는 ‘팔콘 도어'다. 일반 차량과 구조가 달라 소방대원들이 차 문을 열 수 없었고, 결국 트렁크를 통해 윤 씨를 차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테슬라X에는 전원공급이 끊어져도 긴급개폐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앞좌석의 경우 차 내에 물리 레버가 배치돼 있고, 걸윙도어로 잠금을 해제하는 방법도 있다. 테슬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긴급상황 발생에 대비한 메뉴얼을 공개했지만, 정보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테슬라 모델X 비상개폐 안내자료 / 테슬라 긴급 메뉴얼 발췌
테슬라 모델X 비상개폐 안내자료 / 테슬라 긴급 메뉴얼 발췌
2019년 테슬라 고급세단 모델S가 미국서 화재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차량은 과속으로 나무와 충돌, 화재가 발생했지만 차 안에 탑승 중인 운전자를 구조할 수 없었다. 모델X와 마찬가지로 차 손잡이가 차문 안으로 들어가는 ‘히든 레버’여서다.

열이나 충격에 약한 리튬이온 배터리 자체의 위험성도 문제다.

테슬라 차량의 배터리 폭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고속도로에서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은 모델X의 배터리가 폭발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최근 현대차 코나EV와 미국 GM 볼트EV 등 전기차에서도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하거나, 사고 등 충격으로 인한 화재가 종종 발생하는 추세다. 독일 BMW와 미국 포드도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고려해 일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리콜을 결정했다.

코나EV와 볼트EV에는 LG에너지솔루션, BMW 330e와 포드 SUV '쿠가'에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9일 사망사고를 낸 모델X는 파나소닉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가 적용됐다. 특정 제조사의 결함이 아닌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 화재 등 안전성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미국·유럽 등 글로벌 국가 대부분이 친환경 정책에 무게를 둔 상황에서 전기차 공급 확대는 불가피하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가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는 시각이 많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폭발 위험이 거의 없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소비자 불안을 덜기 위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제조사 스스로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