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전통적 직급 체계를 하나의 직급으로 통일하는 인사 제도 혁신을 단행한다. 이번 직급 단일화는 대외 호칭만 하나로 하는 것이 아닌 내부 관리 목적으로 나누는 단계도 없앤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을 모은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조직 개편안 발표를 통해 기존 직위 호칭을 대체하는 새 호칭을 공개했다. 새 호칭은 사원·대리·과장·부장을 대체하며 2021년 1월 1일부터 적용한다. 직급 단일화 도입으로 승진이라는 개념도 사라진다.

단일 직급을 안내하는 이미지 / SK이노베이션
단일 직급을 안내하는 이미지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통합 새 호칭은 피엠(PM)으로 11월부터 구성원들의 공모와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1536명의 구성원들이 참가해 363개의 새로운 호칭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에 기여 ▲업무전문성을 지향/반영 ▲SK이노베이션 계열만의 개성 반영 등의 심사 기준에 따라 최종 ‘톱6’를 선정하고 구성원의 59%인 2059명이 참여한 최종투표에서 PM을 최종 선정했다.

PM은 스스로 업무를 완결적으로 관리하는 프로페셔널한 구성원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 SK그룹 관계사 중 유일하게 사용해 SK이노베이션 계열만의 차별성도 담았다.

최근 많은 기업이 호칭을 통일하지만, 관리 목적으로 직급 체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한발 더 나아가 이같은 직급 체계 마저 없애며 진정한 의미에서 ‘직급 파괴’를 이뤘다.

SK이노베이션은 자율과 책임의 일하는 방식 정착을 위해 ‘3벽(조직·시공·계층의 경계) 파괴’를 추진해왔다. 자유로운 사고의 발산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구성원의 더 큰 성장을 만들고자 추진한 것으로 평가∙이동∙육성 등 인재 관리 제도 역시 ‘성장’에 초점을 뒀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호칭/직급 체계는 성장 관점의 인재관리 정책과 2007년부터 운영한 롤(역할) 기반의 체계 운영의 경험이 맞물려 가능했다"며 "이같은 연공서열 타파는 구성원이 직접 참여해 문화를 만들어가는 SK이노베이션 기업문화의 변화 노력이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신입사원부터 부장까지 모두 새 호칭인 PM으로 불리며 내부적으로도 성과에 따른 공정한 대우를 받는다.

지승영 SK이노베이션 HR전략실장은 "제도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회사 관점’이 아닌 ‘구성원 경험 관점’에서 접근해야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다"며 "직접 참여해 제도 개선에 도움을 준 많은 구성원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