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첫 시험대로 TV 대신 ‘모니터’를 선택했다. 위험(리스크)을 줄이고 삼성의 또 다른 무기인 ‘미니LED’와의 경쟁력 점검 차원으로 풀이된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노트북과 모니터(33·35인치) 하이엔드 제품에 QD 디스플레이 적용을 잠정 확정했다. 오랜 시간 내부 검토 후 결정한 것으로 2021년 프리미엄 TV 라인업에는 Q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내부적으로 QD디스플레이를 노트북과 모니터에 우선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다만 TV에 적용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3월 종료하는 LCD 공장 일부를 신규 QD 생산라인으로 변경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노트북·모니터용 패널을 생산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가운데)와 QLED(오른쪽)로 추정되는 TV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월 19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가운데)와 QLED(오른쪽)로 추정되는 TV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프리미엄TV에 QLED와 마이크로LED를 탑재하고, 과도기 단계에 미니LED를 적용한다. 노트북·모니터의 QD 디스플레이 채용은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제안할 수 있는 최대 타협안으로 풀이된다.

특히 QD 디스플레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각별히 챙긴 분야다. TV와 모니터 등 전 분야에서 QD 디스플레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부담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TCL, 샤오미 등이 먼저 선보인 미니LED TV의 색상·밝기 등 성능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조속한 미니LED TV 출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VD사업부는 차세대 TV로 QD 디스플레이가 아닌 미니LED TV를 사실상 낙점지었다"며 "미니LED TV를 OLED TV와 경쟁할 만한 수준으로 보고 있어 QD 디스플레이 TV 출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0일 마이크로LED TV 출시 행사에서도 원론적 수준의 QD 디스플레이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추종석 삼성전자 VD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QD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지속 검토 중이고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한다 안 한다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이어 "새해에는 기존 QLED와 함께 미니LED를 상위에 놓고, 그 위에 또 마이크로 LED를 놓는 라인업을 구성해 프리미엄TV 시장을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새해 1월 CES 2021 기간 중 열리는 TV판 언팩 ‘퍼스트룩’에서도 QD 디스플레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퍼스트룩에서는 2021년 QLED 라인업이 공개되겠지만, 여러 옵션 중 하나인 QD 디스플레이 적용에 대한 발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2021년 하반기 삼성디스플레이가 QD 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하면 이를 적용한 TV 출시도 이뤄질 예정이다. 하지만 QD 디스플레이 TV를 최초로 내놓는 곳은 삼성전자가 아닌 일본 또는 중국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QD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제공한 곳 가운데 가장 관심을 보인 곳은 일본 소니다"라며 "TCL과 파나소닉도 관심이 있으며, 2021년 하반기에 첫 QD 디스플레이 TV가 출시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