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와 일본 도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와 아부다비. 아시아 주요 도시들이 ‘예술 시장 허브’가 되기 위한 여러 활동에 나섰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2000년 이후 거의 20년간, 아시아 문화 허브는 홍콩이었다. 세금이 없는 자유무역 지대이자 동서양을 잇는 관문으로서 경제·지리적 이점을 갖춘 덕분이다. 홍콩 문화 시장은 세계 기업가와 예술품 컬렉터들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세계 3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이 아시아 예술 시장 진출지로 처음 선택한 곳도 홍콩이었다. 2013년 문을 연 아트바젤 홍콩은 매년 3월 완차이 홍콩 컨벤션 전시센터에서 3일간 열린다. 세계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와 예술품 애호가 10만명 이상이 행사에 참석하고, 홍콩 도시 전체가 예술품 전시와 공연장으로 탈바꿈 한다.
덕분에 홍콩 아트바젤은 개최 후 닷새 만에 예술품 판매액 1조원을 기록하는 대규모 미술 시장으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와 소더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양권 갤러리가 홍콩에 개설됐다.
하지만 홍콩의 위상이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인접국 중국 예술 시장의 규모는 매우 크다. 게다가 홍콩은 예술품 무관세 정책을 펼친다. 이들 매력을 뛰어넘는 악재가 생기고 있다.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됐다. 미중 무역분쟁, 반중 시위 등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홍콩은 아시아 예술시장 허브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아시아 주요 도시는, 이미 홍콩을 대체할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가 되기 위해 여러 활동에 나섰다. 아부다비를 예로 보자.
아부다비 문화관광부는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아부다비 문화 서미트 행사(Abu Dhabi Culture Summit)를 주관한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등 유명 미술관의 분관을 유치하고, 예술계 커뮤니티 활성화 및 지속 가능한 예술 시장 조성 목적으로 아트바젤과의 협력 비전도 제시했다.
물론, 대한민국에게도 이는 기회다. 서울 또한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의 역할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도시다. 한국 정부도 예술 산업 진흥에 관심이 많다. 2018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미술진흥 중장기계획[2018-2022]’을 발표했다. ‘미술로 행복한 삶’이라는 비전을 갖고 ‘자생력을 높이는 창작환경’, ‘일상에서 누리는 미술문화’, ‘지속가능한 미술시장’, ‘미래를 위한 미술 기반’이라는 네 가지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신남방정책 등 국가정책에도 부합한다.
이러한 거시적 흐름에 발맞춰, 서울을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로 만들기 위한 민간 차원 노력도 등장했다. 홍익대학교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 아트파이낸스그룹에서 ‘동아시아 예술시장 허브 구축을 위한 예술금융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서울을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로 만들기 위한, 실질적인 고민을 할 단계다. 많은 관계자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홍콩이 어떻게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라는 위상을 쟁취했는지 분석한다. 이 비교를 통해 서울이 어떻게 새로운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방향성도 논하고자 한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아트파이낸스그룹(Art Finance Group) 대표다. 우베멘토 Art Finance 팀장 역임 후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참여 및 아트펀드포럼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술시장과 경매회사(2020년 출간 예정)』 (공동집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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