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스마트 워치 제품인 애플워치SE에 이어 애플워치6에서도 발열 사고가 발생했다.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 워치 특성상 기기 발열 사고는 피해자 안전과 직결될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무성의한 대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정성 있는 사과나 구체적인 보상 절차를 논하기보다는 문제 제품을 회수해야 피해 보상을 논할 수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 피해를 논하는 과정을 녹음하면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는 태도도 보였다.

피해자 김모 씨가 애플워치6 발열 후 손목에 상처를 입은 모습 / 피해자 제공
피해자 김모 씨가 애플워치6 발열 후 손목에 상처를 입은 모습 / 피해자 제공
18일 독자 제보에 따르면 국내에서 애플워치6 발열 사고가 일어났다. 피해자는 애플워치6 사용을 시작한 당일 기기 발열로 손목에 화상에 가까운 상처를 입었다.

피해를 본 30대 여성 김모 씨는 "11일 애플워치6를 배송받아 12일부터 착용했다"며 "착용한지 1~2시간 만에 손목에 닿는 센서에서 열감을 느껴 빼보니 피부가 빨갛게 부어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 따갑고 간지러운 느낌이 들자 무서워서 기기를 착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애플워치6는 애플이 9월 선보인 스마트 워치 신형 모델이다. 기기 가격은 소재나 크기, 셀룰러 탑재 여부에 따라 59만9000~75만9000원이다. 스마트 워치 제품 중에서도 고가에 속한다. 피해자가 구매한 기종은 애플워치6 실버 알루미늄 40㎜ 모델이다.

김모 씨는 피해 발생 후 피부과 검진 결과 접촉성 피부염 진단을 받았다. 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화상 전 단계에 속한다. 해당 상처는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애플, 피해 발생에도 사과 대신 "워치 보내달라" 요구만…피해자 통화 녹음도 막아

애플 측은 이번 발열 사고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정책을 내세워 원론적인 대응만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증거 사진 등 애플이 요구하는 절차에 응했음에도 문제 기기를 회수한 후 논의를 잇겠다는 답변만 내놨다. 대응 과정에서 통화 녹음을 막거나 불쾌한 언사를 더하기도 했다.

김모 씨는 "애플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피해가 발생했음을 알렸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나 구체적인 보상 절차 등을 안내받지 못했다"며 "증거 사진을 보낸 후 의사결정 담당자와 통화를 원했지만 글로벌 정책상 워치를 회수해야 다른 절차를 논할 수 있다는 답변만 계속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센터에 피해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통화를 녹음해도 되냐고 물으니 녹음할 경우 논의 진행이 불가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글로벌 정책만을 강조해 책임을 회피하길래 애플 한국 지사가 맞냐고 물으니 ‘애플 코리아 맞고 한국어로 상담하고 있지 않느냐'며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문제 기기의 회수 절차만 안내하고 있다. 기기 회수 후 내부 검토를 거쳐야 피해 보상 여부를 밝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얼마나 보상할 수 있는지, 보상 여부를 언제 알려줄지 등도 알리지 않았다. 피해자가 기약 없이 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애플은 애플워치SE에서도 같은 논란을 겪었다. 애플워치6와 함께 출시된 보급형 제품 애플워치SE에서 잇달아 발열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외로 15건의 유사 사고가 발생한 상황이다. 애플은 이번 피해를 조사 중에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까지 별다른 추가 대응은 없는 상태다.

발열 사고가 발생한 애플워치6 실버 알루미늄 40㎜ 모델. 애플워치SE처럼 디스플레이가 녹아내리진 않은 모습이다. / 피해자 제공
발열 사고가 발생한 애플워치6 실버 알루미늄 40㎜ 모델. 애플워치SE처럼 디스플레이가 녹아내리진 않은 모습이다. / 피해자 제공
국가기술표준원 "애플워치SE 피해 조사 중…워치6 모니터링도 진행 예정"

정부 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은 애플워치SE 발열 사고와 관련해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워치6에서 유사 문제가 발생한 만큼 추가로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애플워치SE 발열 사고와 관련해 단순 불량인지 기기 결함인지 여부를 기술적으로 살피고 있다"며 "애플워치6 발열 사고도 발생한 만큼 문제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은 기기 발열 사고에 따른 피해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상담센터로 연락하거나 홈페이지에 상담 접수를 통해 피해를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과의 논의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피해구제나 분쟁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안내를 더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전자 제품에서 발열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에 따라 사업자에게 이를 공고하고 있다"며 "문제가 생겼을 경우 증빙 자료를 갖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