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원의 오덕이야기] (154)'자이언트로보·선발칸' 특촬물 속 슈퍼로봇

김형원 기자
입력 2020.12.19 12:26 수정 2020.12.19 12:44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덕'(Otaku)은 해당 분야를 잘 아는 '마니아'를 뜻함과 동시에 팬덤 등 열정을 상징하는 말로도 통합니다. IT조선은 애니메이션・만화・영화・게임 등 오덕 문화로 상징되는 '팝컬처(Pop Culture)'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어린시절 열광했던 인기 콘텐츠부터 최신 팝컬처 분야 핫이슈까지 폭넓게 다루머 오덕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오덕이야기'를 통해 1950~1990년대 슈퍼로봇을 애니메이션 중심으로 소개해 왔지만, ‘특촬물' 속 슈퍼로봇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풀어놓지 못했다.

‘특촬(特撮)’ 콘텐츠는 ‘특수촬영기술(SFX)'을 더해 만든 영상물을 말한다. 대표적인 특촬물로 ‘파워레인저', ‘울트라맨', ‘고지라' 등이 있다.

영화 업계에서 특촬물은 카메라 조작으로 사람이 사라지는 연출을 담은 1903년 공개된 ‘열차강도(The Great Train Robbery)’와 실물을 축소한 미니츄어세트로 괴수의 웅장함을 표현했던 1925년작 ‘로스트월드'와 1933년작 ‘킹콩' 등이 있다. 이중 킹콩은 아직도 시리즈가 이어질만큼 인기작으로 자리잡았다.

울트라맨. / 야후재팬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특촬물 원조는 울트라맨 시리즈로 유명한 ‘츠부라야 프로덕션’을 설립한 츠부라야 에이지(円谷英二)로 평가받는다. 영화감독이자 촬영 기술자, 발명가이기도 한 츠부라야는 괴수영화 ‘고지라(1954년)’, SF영화 ‘지구방위군(1957년)’, ‘우주대전쟁(1959년)’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울트라맨 시리즈는 츠부라야 에이지의 아들이자 츠부라야 프로덕션 2대사장인 츠부라야 하지메(円谷一)가 메가폰을 쥐고 만들었다. 1966년 등장한 ‘울트라맨’은 일본을 대표하는 거대변신 히어로 작품이다. 최근 츠부라야 프로덕션은 디즈니 마블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울트라맨을 마블 만화세계에 편입시키기로 결정해 주목받기도 했다.

참고로 울트라맨은 M78성운에서 지구로 온 외계인이다. 우주에서 날아온 괴수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우주경비대 역할을 해낸다. 울트라맨은 높이 40m 키에 몸무게는 3만 5000톤이며, 땅에서 시속 450㎞로 달리며, 하늘에서 마하 3의 속도로 빠르게 난다. 울트라맨은 ‘스페시움 광선' 등의 필살기로 괴수를 무찌른다. 울트라맨의 약점은 ‘시간'이다. 1971년작 ‘돌아온 울트라맨’ 1화 내용에 따르면 울트라맨의 활동 가능 시간은 3분에 불과하다.

울트라맨의 인기는 1967년작 특촬 슈퍼로봇 드라마 ‘자이언트 로보’로 이어진다.

자이언트 로보. / 야후재팬
자이언트 로보는 주인공 쿠사마의 목소리로 움직이는 슈퍼로봇이다. 파일럿이 탑승하지 않고 명령을 받아 움직이며, 스스로 생각하고, 자아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1967년 만화잡지 '주간소년 선데이'서 만화책으로 첫 선을 보인 뒤 같은해 특촬 드라마로 제작됐다. 1994년에는 오리지널비디오애니메이션(OVA) 콘텐츠를 통해 디자인, 설정 등이 업그레이드 돼 등장했다.
자이언트 로보와 함께 1960년대 특촬 슈퍼로봇 작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마그마 대사'다. ‘마그마 대사(マグマ大使)’는 일본 현지서 만화신으로 추앙받는 ‘테츠카 오사무(手塚治虫)’의 작품이다. 1965년 만화책으로, 1966년 특촬 드라마로 제작됐다.

만화 ‘마그마 대사'는 지구 창조주 어스가 지구침략을 노리는 우주제왕 ‘고어'에 맞서 싸우기 위해 로켓인간 마그마 대사를 탄생시킨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그마 대사는 어스가 지구소년 ‘마모루'에게 건넨 특수한 피리 소리를 듣고 날아와 적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히어로로 활약한다.

마그마 대사. / 야후재팬
마그마 대사는 지구 창조주인 ‘어스'가 만든 ‘로켓인간'이다. 슈퍼로봇으로 분류되지만 자아를 갖춘 살아있는 생체병기에 가깝다. 로켓모양 비행체에서 거대 로봇으로 몸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적의 크기에 맞춰 몸 크기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마그마 대사는 광고대리사 토큐에이전시 기획에 따라 1966년 특수촬영 드라마 작품으로 현지 TV를 통해 방영된다. 작품을 제작한 후지TV는 자사 애니 ‘원더쓰리' 시청률이 경쟁사 방송국 TBS 작품인 ‘울트라Q’에 뒤처지는 것을 보고 울트라Q에 대항할 특수촬영물 제작을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특수촬영 드라마 ‘마그마 대사'는 평균 시청률 30%를 기록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둔다. 울트라맨 등에 의해 당시 인기 소재로 떠오른 ‘괴수'를 작품에 다수 등장시켜 1966년 촉발된 1차 괴수붐을 견인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원작자 테츠카 오사무도 마그마 대사 드라마판에 대해 "당시의 예산과 기술력으로 만든 작품 중에는 최고수준의 퀄리티를 보였다. 정말 멋진 작품이었다"라고 생전 매체 인터뷰를 통해 평가했다.

1970년대 특촬 슈퍼로봇 작품으로는 ‘레드바론'과 ‘마하바론'이 존재한다.

슈퍼로봇 레드바론. / 센코우샤
센코우샤(宣弘社)가 제작한 특촬 슈퍼로봇 드라마 ‘슈퍼로봇 레드바론(スーパーロボット レッドバロン)’은 마징가Z의 인기에 편승해 만들어진 특촬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1988년 출간된 ‘거대히어로대전집'에 따르면 레드바론 기획은 마징가Z가 방영되기 이전부터 진행됐다.

레드바론은 마징가Z가 확립한 슈퍼로봇 요소에 스파이 액션물을 더한 스토리를 갖췄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작품이지만 인간과 로봇과의 관계와 몸속에 폭탄이 심어진 개조인간의 비극을 그리는 등 문명비판적이면서도 다소 무거운 드라마를 담았다. 레드바론의 스파이 액션은 여배우 ‘마키 레이'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펼치는 액션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슈퍼로봇 마하바론. / 니혼테레비
마하바론(スーパーロボット マッハバロン)은 레드바론에 이은 후속작이다. 속편 성격을 띤 작품이지만 전작과의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무라노 박사가 해저에서 만든 크기 50미터 로봇으로 라라슈타인이 이끄는 로봇제국에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 골자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따르면 마하바론은 특촬 슈퍼로봇 인기가 사그러드는 와중에도 일정수준의 시청률을 유지했고, 모형업체 아오시마문화교재사의 ‘합체머신' 시리즈와 초합금 등 장난감 매출도 제작비를 가볍게 회수할만큼 흑자를 기록했다.

지금도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특촬 히어로 대표작 ‘파워레인저(슈퍼전대)’ 시리즈에도 다수의 슈퍼로봇이 등장했다.

태양전대 선발칸 ‘선발칸 로보'. / 야후재팬
이중 3050세대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1981년작 ‘태양전대 선발칸'이다. 파워레인저(슈퍼전대) 다섯 번째 작품으로 기획된 선발칸에는 히어로가 남자 세 명만 등장하고, 여성 히어로가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3명의 히어로는 각각 하늘·땅·바다 속성을 갖추고 있다.

선발칸에는 전투기 ‘코즈모발칸'과 중전차 ‘불발칸'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거대 이동형 기지 ‘재규어발칸(ジャガーバルカン)’이 등장한다. 로보트 태권브이 아버지인 김청기 감독은 1982년작 애니메이션 ‘초합금로보트 쏠라 원투드리(원투쓰리)’에서 재규어발칸 디자인을 도용한 우주선 쏠라쉽을 등장시킨 바 있다.
태양전대 선발칸에 등장한 슈퍼로봇 ‘선발칸 로보'는 코즈모발칸과 불발칸이 합체해 완성되는 거대로봇이다. 태양 에너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플라즈마 에네르기로 움직이며, 지구는 물론 우주공간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

재규어 발칸과 선발칸 로보. / 야후재팬
선발칸 로보는 장난감 제조사 포피(현재 반다이 스피리츠)가 만든 DX초합금 장난감이 해외시장에 수출되는 등 인기가 높았으며, 지금도 팬들 사이서 재규어발칸과 함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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