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쥔 삼성의 새해 반도체 전략은 '파운드리'

이광영 기자
입력 2020.12.21 06:00
삼성전자가 최근 2021년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마쳤다. 영업이익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회의에서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을 중점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 공장 증설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현금으로 100조원 이상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증설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아낌없이 투자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15일 정보기술·모바일(IM) 부문을 시작으로 16일 TV·생활가전 등 소비자가전(CE) 부문, 17일 DS와 전사(재무·인사 등 지원조직) 부문 순으로 전략회의를 열었다.

6월 19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가운데) / 삼성전자
17일 회의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분야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사업 확대 방안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미 현지 고객사 확보에 적극 나설 것이란 반도체 업계의 전망이 지속 제기된다.

최근 오스틴 지역매체 오스틴비즈니스저널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0월 오스틴 공장 인근 258에이커(104만4088㎡) 이상 부지를 매입해 오스틴 시의회에 개발 승인을 요청했다. 매입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1996년 오스틴 공장 설립 후 꾸준히 인근 부지를 구입했고, 아직 활용 방안에 대해선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가 미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투자를 선언한 만큼 삼성전자가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당선인도 자국 제조업 부흥 계획을 강조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현지 투자도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다.

TSMC는 애리조나에 120억달러(13조2000억원)를 들여 5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5월 발표했다. 최근 부지 매입까지 확정했다. TSMC의 선택은 주요 고객인 애플, AMD 등과 생산시설이 가까워져 나쁘지 않은 선택이란 평가를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점유율 55.6%로, 삼성전자(16.4%)를 39.2%포인트 앞설 것으로 예상했다.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2분기 32.7%포인트, 3분기 36.5%포인트에서 더 벌어지는 셈이다.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도 미 현지 투자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순현금은 98조원으로 연말까지 1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에 오른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2019년 4월 발표했다. 오스틴 공장 증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추진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부문 매출은 3분기 4조52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3분기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시스템반도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분기(16.6%) 대비 7.4%포인트 상승한 24%에 달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의 움직임과 바이든 행정부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새해 공식적으로 오스틴 공장 증설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스틴 공장 증설시 엔비디아, 인텔 등 거대 고객사와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 TSMC와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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