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초로 2만달러(약 2182만원)를 돌파했다. 예상을 깬 고공행진에 국내외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낙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5만달러까지 오른다는 전망을 제기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과열 증상'이라고 진단하며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앞으로 더 오른다는 낙관론과 투자를 지양해야 한다는 비관론이 함께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 추이/코인마켓캡 캡처
비트코인 가격 추이/코인마켓캡 캡처
"비트코인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

낙관론을 펼치는 업계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앞으로 잠깐의 조정기를 거치더라도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조된 경기 불확실성과 기관 유입에 큰 의미를 둔다.

이은철 비트퓨리 한국지사 대표는 "올해 연말까지 전고점은 도달했다고 본다"며 "앞으로 조정기를 거치고 다시 전고점을 돌파하거나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트퓨리는 유럽서 블록체인 유니콘으로 각광받는 블록체인 토탈 솔루션 기업이다. 이 대표는 앞서 5월 비트코인이 올해 연말쯤 2만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전에는 비트코인 최고가를 5~15만달러 수준으로 봤다면 코로나19 후에는 10~30만달러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가 비트코인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페이팔을 비롯한 기관 참여가 이뤄지면서 비트코인 상승세가 보다 가팔라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세계 최대 전자결제 업체 페이팔이 가상자산을 사고팔 수 있게 하고, 내년에는 모든 온라인 가맹점에서 가상자산 결제를 지원하면서 기관 유입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덧붙였다. 머지 않아 비트코인이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급등락을 반복하더라도 5~10만달러까지는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막대한 돈을 풀어 화폐 가치를 떨어뜨렸다"며 "총 발행량이 정해진 비트코인에 자금이 몰리는 배경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 외에도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시장에 속속 진입하는 점을 들었다. 이 관계자는 "억만장자 투자자인 폴 튜더 존스와 스탠리 드러큰밀러 등 자산운용가는 빠른 상승 가능성을 보고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며 "이는 개미 힘으로 올랐던 2017년 비트코인 상승세와는 확연히 다른 시그널이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비트코인은 2017년 2만달러 수준까지 근접했다가 이듬해 3000달러 선까지 폭락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 투자 컨설팅 업체 ‘퀀텀 이코노믹스’의 매티 그린스펀 창업자는 "투자자들이 코로나19 유행 등에 따른 경제·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 안전한 투자처로 비트코인을 찾고 있다"며 "2017년의 비트코인 랠리는 소액투자자들이 주도했던 반면 올해는 기업과 억만장자들이 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상적 상승세…곧 빠질 거품일뿐"

월스트리트 등 전통 금융권은 비트코인의 이번 상승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그간 월스트리트 금융가는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예로 들며 투자에 있어 금보다 안전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미국 유명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최근 블룸버그에 "비트코인은 현재 거품상태다"라며 "차트 상으로 볼때 미친 상승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금 투자자들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금 값 상향·하향곡선을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한다"며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 투자자들이 우르르 몰리면 같이 투자해버리는 혼잡한 시장일 뿐이다"라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을 ‘사기’로 칭해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최근 비트코인 상승세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비트코인은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 투자는 조작된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실체가 있는 자산과 달리 비트코인은 내재 가치가 없다는 게 루비니 교수의 입장이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