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vs대웅제약, 보톡스 분쟁 "국내 소송서 시비 가리자"

김연지 기자
입력 2020.12.22 06:00
美 ITC 최종판결에도 메디톡스vs대웅제약 신경전 지속
대웅제약 "균주 영업비밀 아냐…국내 소송서 시비 가리자"
메디톡스 "우리 균주·제조공정 도용 사실 판결문에 명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 및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판결을 내렸는데도 양사간 신경전이 지속된다. ITC가 한 쪽의 승리를 확신하기 힘든 애매모호한 최종판결을 내놓으면서 양사가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다"라며 국내 민사소송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2017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픽사베이
양사간 신경전이 지속되는 데에는 최근 이뤄진 ITC 최종 판결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앞서 ITC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건과 관련해 "대웅제약이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는 최종 판결과 함께 나보타의 21개월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ITC는 최종 판결에서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에 대한 영업비밀 침해만을 인정했다.

이는 지난 7월 이뤄진 예비판결보다 한발 물러선 조치다. 당시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 출처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고 보고 나보타에 10년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대웅제약은 이의를 제기했고, ITC는 9월 예비판결 재검토에 착수했다.

어정쩡한 ITC 최종판결에 칼날 가는 메디톡스·대웅제약

ITC의 이 같은 최종 판결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서로 다른 해석을 가지고 나온다. 대웅제약은 ITC가 균주에 대한 영업비밀 도용 여부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균주 출처 문제는 더 이상 시비 거리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메디톡스는 ITC 판결로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대웅제약은 21일 "ITC 위원회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를 도용한 실질적 증거는 없다고 판단하면서 예비결정 내용을 뒤집었다"며 "메디톡스 균주 주장에 대해 종지부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특히 ITC 위원회가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공정기술에 대해 무리하게 침해를 인정하는 오판을 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법정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판단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ITC가 최종 판결을 통해 메디톡스 균주의 영업 비밀성 자체를 부정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웅제약 측은 "ITC는 최종 결정에서 균주가 세계적으로 널리 공유돼 있다는 점을 확정했다"며 "이와 관련해 현재 한국 민사소송에서 메디톡스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한 포자 감정 등의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시비가 가려질 것이다"라고 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에 기술력을 입증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는 (자사로부터) 침해된 영업비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조차 국내 민사소송에서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며 "자사가 메디톡스로부터 훔쳤다는 기술이 무엇인지 국내 소송에서 명확히 밝히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디톡스 입장은 다르다. ITC 최종 판결에서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한 것이 입증됐다며 이를 근거로 국내 소송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ITC 최종판결 근거 자료를 국내 재판부에 제출한 만큼, 동일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 측은 ITC 최종 판결과 관련해 "대웅제약의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혐의가 명백한 유죄로 확정됐다"며 "ITC의 판결은 광범위한 증거개시 절차와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포함한 전문가 검증, 증거심리를 위한 청문회를 통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국내 민형사 소송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는 ITC 소송을 대리하는 미국 법무법인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의 담당 변호사를 인용해 "70여페이지에 달하는 최종판결 전문이 10일 내(근무일 기준) 공개되면 대웅제약이 어떤 방식으로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공정을 훔쳤고,이를 활용해 어떤 방법으로 나보타를 개발했는지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메디톡스 측은 나보타가 허가 취소 대상이 되는 것이 순리 상 맞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질병청이 보툴리눔 균주 출처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는 등 관련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ITC 판결로 대웅제약 균주 출처가 용인의 토양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만큼, 질병청이 전수조사를 통해 검찰 고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균주 출처 관련 자료는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 자료 중 하나인 만큼, 대웅제약 나보타는 허가 취소 대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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