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한다는 경쟁 분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조성되는 것에 대해 우리 방역당국이 우려를 표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3일 중앙재난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최근 우리 사회 분위기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경쟁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방역당국으로서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 복지부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 복지부
이 같은 발언은 ‘복지부와 질병청이 코로나19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단 질의에서 나왔다.

손 반장은 "이번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과정과 기간이 단축된 상황이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는 국민을 위해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주제다"라며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되는 상황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백신을 세계 최초로 투여한)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1~2달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굉장히 다행스러운 점이다"라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있어 세계 주요 국가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은 올해 내 백신 접종을 시작한 반면, 우리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외에는 확보 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손영래 반장은 이에 대해 "미국은 하루에 20만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영국은 3만5000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들에서는 백신 외에는 현재 채택할 수 있는 방역전략이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국가를 반면 교사로 삼기에는 부적절하다"며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고려할 때 세계에서 1, 2등으로 백신을 맞는 국가가 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