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TV 라인업을 새해 처음 소개하는 ‘더 퍼스트 룩 2021’ 행사에서 ‘미니LED TV를 발표한다. 주력인 QLED 상위에 미니LED를, 그 위에 마이크로 LED를 놓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상용화하는 QD 디스플레이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판단 하에 미니LED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셈이다.

퍼스트룩은 ‘TV판 언팩’으로 불린다. 삼성전자가 매년 TV 관련 신기술과 신제품을 선보이고 미래 디스플레이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진행하는 행사다.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1 개최 닷새 전인 1월 6일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으로 열린다.

삼성전자 ‘퍼스트 룩’ 2021 초청장 / 삼성전자
삼성전자 ‘퍼스트 룩’ 2021 초청장 / 삼성전자
미니LED TV는 기본적으로 LCD TV다.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LED 발광원을 기판 위에 촘촘히 심어 TV 화면을 만든다. 기존 LCD TV 대비 더 높은 밝기와 깊은 블랙 표현, 고명암비 구현이 가능하다. OLED TV 진영이 한계로 지적한 LCD TV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VD사업부의 내부 평가 결과 중국 TCL, 샤오미 등이 먼저 선보인 미니LED TV는 가격은 저렴하면서 색상·밝기 등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당초 차세대 프리미엄 TV를 놓고 QD 디스플레이의 가능성을 저울질 해왔지만 미니LED TV로 낙점지은 이유다.

삼성전자는 10일 가정용 마이크로LED TV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최상위에 마이크로LED를 놓고, QLED를 주력으로 가는 투트랙 전략을 천명했다. 미니LED는 이 중간에 위치한다. 사실상 QLED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미니LED TV를 OLED TV와 경쟁할 만한 수준으로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글로벌 LCD TV 출하량이 2019년 2억1991만대에서 2020년 2억1226만대까지 줄어든 뒤 수년간 정체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미니 LED TV는 2019년 출하량 400만대에서 2023년 2110만대로 규모가 확장한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이 1월 5일 열린 더 퍼스트 룩 2020에서 삼성 스크린 에브리웨어를 설명하고 있다. /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이 1월 5일 열린 더 퍼스트 룩 2020에서 삼성 스크린 에브리웨어를 설명하고 있다. / 삼성전자
미니 LED TV의 성장은 OLED TV 진영의 점유율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 TCL의 75인치 미니LED TV 가격은 100만원대다. 같은 크기 LG전자 OLED TV는 200만원대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OLED TV 가격 인하는 쉽지 않은 일이다. LG전자 등 OLED TV 진영은 그동안 고비용을 투자했고, 이제야 수율 안정화 단계에 돌입했다. 반면 미니LED TV는 기존 LCD 및 LED 생산 공정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같은 기간 대비 가격을 빠른 속도로 낮출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니LED TV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 미니LED TV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양산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판매 목표로 200만~300만대를 설정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1월 18일 한국과 호주에서 ‘삼성 퀀텀 미니 LED(Samsung Quantum Mini LED)’라는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했다. 9월 9일에는 한국과 유럽에 ‘QLED+’라는 상표를 등록했다. 구체적인 모델명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삼성 퀀텀 미니 LED나 QLED+는 결국 삼성전자의 새로운 프리미엄 TV의 기준인 미니LED TV의 ‘가칭’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퍼스트룩에서는 미니LED TV뿐 아니라 다양한 규격의 마이크로LED TV와 2021년형 QLED 8K TV, 더 세로 등 라이프스타일 TV 제품군도 소개될 전망이다.

퍼스트룩 초대장에는 더 세로·더 세리프·더 프레임 등의 라이프스타일 TV와 더 프리미어 시네마 프로젝터, 마이크로LED TV로 추정되는 제품의 윤곽이 있다.

반면 Q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의 공개 가능성은 희박하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퍼스트룩에서 공개할 새해 TV 라인업은 마이크로LED와 (미니LED를 포함한) QLED 투트랙 전략이다"라며 "여러 옵션 중 하나인 QD 디스플레이 적용 제품은 퍼스트룩에서 발표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