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의 생산을 준비한다.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차 등 주요 전기차 제조사와 협력 중인 K배터리 3사는 새로운 배터리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는 데 기대감을 보인다.

하지만 애플은 전기차에 중국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적 관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점유율 하락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 자율주행차 렌더링 이미지/ 테크비전 유튜브
애플 자율주행차 렌더링 이미지/ 테크비전 유튜브
로이터통신은 최근 애플 관련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2024년 자체 설계한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과열될 가능성이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다. 주행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이다. 애플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배터리에서 파우치와 모듈을 없애 배터리셀 용량을 키우는 ‘모노셀’ 디자인을 추진 중이다.

LFP 배터리 분야에서는 K배터리 3사나 일본 파나소닉 보다 중국 CATL과 BYD 등이 앞서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테슬라 ‘모델3’ 스탠더드 버전에 CATL의 LFP배터리가 탑재된다.

K배터리 3사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니켈 함량을 높인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9월 글로벌 전기차(EV·PHEV·HEV) 탑재 배터리 사용량에서 CATL은 총 19.2GWh(기가와트시)를 기록하며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1∼9월 누적 사용량 18.9GWh(22.9%)로 2위로 밀려났다.

양사가 살얼음판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CATL이 애플을 협력사로 확보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1위 전략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애플의 브랜드 가치를 감안하면 K배터리가 손쉽게 내주기엔 아까운 수요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이 맞다면 CATL과 합작회사를 만들거나 위탁생산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테슬라 모델Y와 마찬가지로 애플이 기존 주행거리 이상을 요하는 전기차를 생산할 경우 한국이나 일본 기업과 손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23일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합작법인은 마그나는 물론 마그나 고객사로부터 신규 수주를 기대할 수 있게 돼 조기에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합작법인이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에 부품을 공급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그동안 부품업계에서는 애플카 제조에 참여할 유력한 부품 회사로 마그나를 꼽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월 LG전자의 미국 전기차 부품 생산법인 ‘LGEVU’의 배터리팩 설비 인수를 마쳤다. 인수 주체는 LG화학의 미 자동차 배터리 공장인 ‘LGCMI’다. LGCMI가 인수한 설비는 연면적 2만2000㎡(6650평) 규모로 디트로이트 헤이즐파크에 위치한 배터리팩 등 전기차용 부품을 생산하는 핵심 라인이다.

애플이 향후 LG전자와 마그나의 합작법인과 손을 잡게 된다면, 배터리 생산은 물론 배터리팩 사업을 운영하는 LG에너지솔루션에 배터리 생산까지 맡기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전기차 1위인 테슬라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 17년이 걸린 만큼 손꼽히는 IT 기업 애플에도 전기차 생산은 쉬운 도전이 아닐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과거 마그나와 완성차 생산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일시적으로 중단한 바 있다"며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생산에 실제 뛰어들지, 어떤 배터리를 채용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