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는 대중적인 관심은 끌었으나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술력과 별도로 인공지능(AI) 상용화 관점에서의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게임이 AI 상용화의 성공적인 활용처로 떠올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잘 학습한 AI가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실제 상용화 서비스에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바로 ‘환경 통제’다. AI 설계 및 개발은 현실을 단순화한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되지만, 대다수 서비스는 실제 현실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게임이 새로운 인공지능 활용처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대5 게임을 수행하는 AI ‘오픈AI 파이브’는 실제 프로게이머에게 승리를 따냈다. 개발진은 AI학습을 위해 게임 속 방대한 데이터 정리에 긴 시간을 투자했다. / 오픈AI
5대5 게임을 수행하는 AI ‘오픈AI 파이브’는 실제 프로게이머에게 승리를 따냈다. 개발진은 AI학습을 위해 게임 속 방대한 데이터 정리에 긴 시간을 투자했다. / 오픈AI
가상 현실인 게임은 AI개발 환경에 맞게 데이터 정의를 수정하거나 상황을 단순화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확보 면에서도 윤리 및 법적 제도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모든 상황이 디지털 정보로 저장되는 특징 덕에 구축할 수 있는 데이터 다양성도 뛰어나다.

AI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다양해, 게임 산업에서의 활용 범위는 폭넓다. 반복적인 작업을 지능화해, AI가 게임 캐릭터 표정과 행동을 재생산하는 등 효율적인 게임 개발 과정을 이끈다. 오래전 출시된 게임의 그래픽 퀄리티를 높이는 ‘리마스터’ 과정에도 AI가 활약한다.

게임 콘텐츠 자체에 AI가 접목되기도 한다. 이미 엔씨,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등 다수 국내외 게임사는 AI가 게임 이용자의 실력에 맞게 게임 난이도를 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게임 이용자의 행동 분석으로 마케팅·업데이트 방향에 관한 통찰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우진 스마일게이트 AI 센터장은 "게임 각 분야에서 적용되는 AI기술은 다르고, 기대되는 효과도 다르다"며 "단기적으로 각 회사의 필요성에 따라 (게임에서의) AI개발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개발 효율화는 시간·비용 절감 효과를, 게이머 분석은 매출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게임 콘텐츠 지능화는 게임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하지만 게임에 항상 AI 적용이 유리하진 않다. 대다수 AI는 인식률, 정확도 등 수치로 정량적 평가를 할 수 있다. 반면 게임에 포함된 AI는 재미, 서비스 만족도 등 정성적 요인으로 주로 평가된다. 여기에 게임 자체가 복잡한 소프트웨어에서 오는 한계도 있다. 한우진 센터장은 "게임 서비스 특성상, 복잡한 AI알고리즘 적용이 쉽지 않다"며 "AI모델 경량화 등 효율화 기술도 함께 개발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AI시대 적절한 게임 개발 환경 조성을 위한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한우진 센터장은 게임 초기 기획과 설계, 개발 단계에서부터 데이터 친화적 고민을 주문했다. 그는 "AI로 만든 알고리즘은 사람이 모든 데이터 특성을 따라간다. 데이터 이해가 부족하다면 좋은 AI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데이터와 그 특성, 적용 범위, 부족한 데이터 처리방안 등 고민을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