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이란 고통이다. 인간은 고통을 받아야 구원받을 수 있다" 19세기 러시아의 대 문호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의 작품 ‘죄와 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등의 작품을 통해 죄의식과 영혼의 분열로 고통을 당해본 사람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레진 웹툰 ‘눈 먼 정원’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메시지를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을 배경으로 전란의 한 가운데에서 비극을 써 내려간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로맨스나 시대극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게 하는 명작이다.
마가렛은 과거 화재로 부모와 언니를 잃고 유일하게 살아남아 할아버지의 보살핌으로 살고 있다. 메이필드 가문의 후작은 자신이 죽은 이후의 손녀 마가렛의 미래를 염려한다. 마가렛이 화재 사고로 맹인이 된 데다 얼굴에 끔찍한 흉터가 있어 온전한 결혼이 어려울 것이라 여겼다. 이에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유안에게 정략혼을 요구하게 된다.
한편, 누구보다 내면이 아름다운 마가렛의 모습을 깨닫지 못한 유안은 참전하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 나서는데, 전쟁은 끝나지 않고,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보는 유안의 마음은 점점 더 피폐해진다.
그런 유안을 버틸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유일한 존재는 마가렛이다. 평화로웠던 메이필드에서의 여름, 아름다운 정원에서 미소 짓는 마가렛을 떠올리며, 유안의 그녀를 향한 증오는 어느새 깊은 사랑이 된다.
유안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절망과 회한에 찬 삶을 살다 뒤늦게 깨달은 사랑을 다시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을 잃는 남자와 앞을 보지 못하는 여자는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
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명문 가문의 한 남자와 운명적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는 한 여자. 참혹한 전쟁의 기록과 애틋한 사랑의 기억이 얽히며 만들어 낸 웹툰 '눈 먼 정원'은 뛰어난 서사와 치밀한 묘사로 가슴 먹먹한 한 편의 장편소설을 보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근래 보기 드문 대서사극으로 현재 레진에서 74화로 완결 서비스 중이다.
나윤희 작가는 2년 남짓 ‘눈 먼 정원’을 연재하는 동안 뛰어난 서사와 치밀한 묘사로 인간 내면의 갈등과 깨달음을 전하며 많은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탄탄한 스토리와 시대배경에 대한 치밀한 조사에서도 드러나듯 작품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자세 덕에 독자들로부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