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CMB의 매각이 결국 해를 넘겼다. CMB는 8월 대형로펌 김앤장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해 연내 매각을 추진했지만, 이통사들의 저울질이 길어지며 M&A 자체가 답보 상태다.

28일 유료방송 업계 등에 따르면, CMB와 KT 간 매각 관련 계약은 최근 성사되는 듯 했지만 논의가 미뤄지며 최종 협상에 이르지 못했다. 연내 매각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2021년 사업계획도 불투명하다.

CMB 사옥 / CMB
CMB 사옥 / CMB
앞서 CMB는 복수 통신사와 '기밀 유지 협약(NDA)'을 맺으며 매각 관련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11월 KT가 딜라이브 매각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통신사가 적극적으로 M&A에 나서지 않았다. 매각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다.

통신3사는 모두 최근 한 차례의 MSO와 인수 합병을 진행한 상황이기에 급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유료방송 1위 자리를 굳히기 위해 과감하게 딜라이브 인수를 시도 중인 KT도 협상 장기화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 2위와 3위를 다투는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CMB 인수전에 가세하며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였지만, 물밑 논의만 있을 뿐 잠잠한 상황이다. 양 사 모두 딜라이브 예비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는 M&A보다 모회사 SK텔레콤을 필두로 한 중간지주사 전환 작업의 우선순위가 더 높아진 상황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숙원 사업인 중간지주사 전환이 2021년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거치면서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IPO 준비에 나선 SK브로드밴드가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추가 M&A를 진행할 순 있지만,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 SK텔레콤은 지분 교환을 통한 인수합병(M&A) 방식을 선호하는데, CMB 오너일가는 지분과 경영권 동시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계약을 성사하려면 양측간 입장차 조율이 필수다.

MSO 중 마지막 매물로 남겨질 경우 M&A 협상 시 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CMB 대주주인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다. 대형 로펌인 김앤장까지 앞세워 매각에 속도를 내려 했지만 성과가 없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CMB 오너일가가 이번에 매각하겠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통신사들이 당장 M&A를 할 만큼 급한 상황이 아니다"며 "내부에서도 매각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있다보니, M&A를 본격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