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으로 자동차 업계는 이전에 없던 많은 변화를 겪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자동차 불경기는 올해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며 자동차 생산과 소비 모두 위축시켰다. 국내에선 특히 생산부문에서 큰 어려움이 감지됐다. 동시에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대두되며 사회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 IT조선은 2020년 경자년 국내 자동차 산업을 뒤흔든 10대 뉴스를 선정, 한 해 자동차 업계를 되돌아봤다.
코로나19발 자동차 생산 중단
국내 생산시설은 비교적 충실한 방역관리 덕분에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지연이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생각지도 못한 복병을 만났다. 올 1~2분기 와이어링 하네스 등 중국산 의존도가 높던 부품 수급이 중단, 공장 라인을 멈춰야만 했다. 이는 당장의 경제성만큼이나 부품수급 다각화 전략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계기가 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으로 취임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취임 후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수소연료전지를 중심으로 수소산업 선점에 나섰고, 전기차 등 친환경차 라인업도 대폭 확대한다. 여기에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스마트 시티 등 같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논란속 ‘타다' 서비스 결국 중단
하지만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 ‘타다 베이직’의 사업을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여객운수법 개정안 통과 등 악재가 겹치며 VCNC는 4월11일자로 ‘타다 베이직' 운영을 중단했다. 택시업계와 플랫폼 진영 간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19에 차박 열풍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발빠르게 신차 라인업을 정비했다. 차박을 할 때는 일반 캠핑과 달리 많은 장비가 필요치 않다. 대형 SUV나 픽업 트럭이 아닌 소형 SUV로도 충분히 가능해 시장에서 수혜를 입었다. 올해 내수시장에 새로 투입된 소형 SUV는 10종 이상이며, 연 판매량은 20만대를 훌쩍 넘었다.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로 안전성 도마위
국내에서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결함문제가 주목 받았다. 코나 일렉트릭은 지난 2년간 국내외에서 16건의 화재사건에 연루됐다. 현대차는 국내 판매된 해당 차량 2만5500여 대를 리콜했다. 회사는 배터리모니터링시스템(BM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대응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배터리 전체를 교체해야한다며 집단소송을 추진했다.
연말엔 테슬라 모델X 주차장 화재사고에 관심이 쏠렸다. 모델X가 주차장 벽면을 들이 받았는데, 그 충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차 문을 밖에서 열수 없는 독특한 구조 때문에 부상자 구출이 지연됐고, 사망자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테슬라코리아 측에 화재사고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여기에 사고차에 대한 조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진행 중이다.
갈 길 먼 쌍용차 경영 정상화
쌍용차는 4월 일찌감치 2020 임단협을 마무리 짓고, 연이어 신차 흥행에 성공했지만 연말 도래한 1600억원 상당의 대출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함께 신청한 회생절차개시 여부 보류 신청서(ARS 프로그램)을 통해 번 2개월의 시간이 쌍용차 경영 정상화에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 움직임에 업계 반발
정부와 소비자단체 등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손을 들어줬다. 대기업 진출로 유통채널 정비, 허위매물 근절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경우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결사반대한다. 제조와 유통을 한 기업이 쥐고 있는 국내 사업 구조 상 중고차 채널까지 대기업이 접수하면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한국닛산 철수
인피니티 고성능 세단 G와 M은 지금도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평 받는 고성능 세단으로 일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꿔놨다. 닛산 알티마는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와 함께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전성기를 이끌었다. 국내 닛산 판매는 올해 종료되지만, 부품공급 등 애프터세일즈 서비스는 2028년까지 유지한다.
니콜라 먹튀설
니콜라는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대형 상용 트럭, GM과 협업한 친환경 픽업트럭 등의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9월 공매도업체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의 사기 의혹 보고서를 공개한 이후 악재가 줄줄이 터졌다. 주가는 폭락하고 창업자 트레버 밀턴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다. GM은 픽업트럭 공동개발 계획을 취소했고, 기대를 모았던 친환경 청소트럭 납품계약까지 무산됐다.
갈팡질팡 전동킥보드 규정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업체들마저 ‘규제 완화 반대'를 외치는 일이 벌어졌다. 입법자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자 원 개정안이 발효되기도 전인 12월 8일 전동킥보드 이용 연령을 만 16세 이상으로 높이고, 운전면허 취득자가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새로운 이동수단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이해도가 떨어져 발생한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