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대학원 위치 놓고 '내홍'

송주상 기자
입력 2020.12.29 06:00
AI 인재 확보 vs 교육 방향 틀려

카이스트(KAIST)가 인공지능(AI)대학원 서울 이전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학교 측은 AI 인재 확보를 위해 불가피할 뿐 아니라 산학연계를 위해서는 서울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전산학과 교수진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다. 학교가 신성철 총장의 비호 아래 AI 대학원 지원 사업을 독점하고 배타적으로 운영해 기존 학과들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이 같은 내홍이 비단 카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AI 육성을 위한 AI 대학원 설립 정책에 학계가 비슷한 문제를 겪는 만큼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카이스트 대전 본원 정문. /카이스트
2023년 양재 R&D 혁신지구로 이전…AI 글로벌 산업허브로 거듭나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12월 8일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 양재 R&D 혁신지구에 2023년까지 AI대학원을 이전키로 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이전을 준비하던 중 서울시와 의견을 모아 ‘양재 R&D 혁신지구’로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가 AI대학원을 서울로 이전키로 한 것은 AI 전문 교원 확보를 위해서다. 카이스트는 2019년 9월 AI 대학원을 개원했지만 학생을 가르칠 AI전문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겸직도 허용했지만 인재 확보는 쉽지 않았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대부분의 AI 기업이 수도권에 위치한 만큼 본원이 있는 대전으로 오려는 AI 전문가를 모시기가 쉽지 않다"며 "겸직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확보가 어려워 서울로 이전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지역은 서울시가 4차산업혁명을 대비해 AI산업을 집약 육성하기 위해 지정한 6대 신산업거점 중 하나다.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과 중소기업 연구소 280여개가 밀집했고 AI 분야 기술창업 육성 전문기관으로 서울시가 조성한 ‘AI 양재허브’가 자리 잡은 만큼 산·학·관 협력체계를 완성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대전 본원과 서울간 협업 네트워크를 구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대학원을 지향한다"며 "대한민국 기술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산학과 교수 중심 반대 목소리 높아져…김진형 명예교수가 총대

반면 일부 전산학과 교수진은 반대의 목소리가 높인다. 전면에는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나섰다.

김진형 명예교수는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 이전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총장이 월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8월 신성철 총장은 통신전문가인 정송 교수를 지정해 AI대학원이라는 신규 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하고 전산학과 및 전자공학과에서 인공지능을 교육, 연구하던 교수 일부를 강제로 소속을 변경시켰다"며 "서울 이전 결정도 교수진 의결을 하지 않은 채 결정한 만큼 절차적 정당성마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AI대학원의 서울 이전은 카이스트 근간을 흔드는 문제일 뿐 아니라 교육의 질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대학원이 서울로 이전하면 대전으로 오려는 AI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라며 "(전문 교원이 없어) 학부생의 AI수업도 걱정된다"고 밝혔다.

AI 정부 지원금 놓고 힘겨루기하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내홍에 눈살을 찌푸린다. 정부가 AI 대학원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지원금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대학교 역시 AI 대학원 지원금을 두고 일부 학과들이 힘겨루기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AI대학원 육성사업을 시작하며 카이스트를 1차 지원 대학으로 선정했다. AI대학원은 전국에 총 8곳(카이스트, 고려대, 성균관대, 포스텍, 광주과학기술원, 연세대, 울산과기원, 한양대)이 있다. 과기정통부는 AI대학원으로 선정된 각 대학에 5년간 90억원을 지급하며, 단계평가를 거쳐 최대 5년을 추가해 10년간 190억원까지 추가로 지원한다.

김진형 교수는 IT조선과 통화에서 "AI는 도구다"라며 "AI는 전산학과는 물론 전자과, 산업공학과, 뇌공학과 등의 주요 연구과제로 일부만 서울로 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AI인재 수급이 가장 급하다"며 "이번 갈등으로 인재 양성에 큰 영향이 없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송주상 기자 sj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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