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훈·박지혜의 아트파이낸스 인사이트]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 서울, 첫 열쇠는 아트파이낸스

홍기훈 교수·박지혜 대표
입력 2020.12.30 09:59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 서울. 결코 꿈이 아니다. 현실로 만드려면, 우선 현재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인 홍콩이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 어떻게 쇠락했는지를 살펴봐야겠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홍콩은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가 아니었다. 맹주는 싱가포르였다. 세계 최대규모 예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아시아본부가 싱가포르에 있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싱가포르의 위세에 금이 갔다. 싱가포르 정부가 고가 미술품에 GST(Goods Services Tax, 부가가치세)를 매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싱가포르의 위기를 기회로 만든 곳이 바로 홍콩이다. 사실 이때의 홍콩은 현대미술 트렌드를 이끌어 나갈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홍콩 정부가 내린 ‘미술품 세금 면제 정책’은 주요 경매회사와 갤러리 입장에서 매력적이었다. 홍콩을 기회의 땅으로 본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2000년도 초반, 싱가포르를 떠나 홍콩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 스위스 아트바젤(Art Basel)도 홍콩 아트페어를 인수, 운영했다.

한 순간에 홍콩이 싱가포르를 제치고,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로 발돋움한 것이다.

패권이 넘어가는 과정을 종합했을 때, 홍콩이 ‘아시아 예술 시장의 허브’라는 위상을 가질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네가지다.

첫째, 국제금융도시로 이름난 홍콩은 해외의 유명 갤러리, 경매사 등 예술산업 관련 기업들이 홍콩에 진출할 때 ‘필요한 자본’을 줄 수 있었다.

국제금융도시에 걸맞게 홍콩은 아트파이낸스가 발달했다. 훌륭한 예술금융 인프라는 세계의 유명 아트페어, 갤러리, 경매사들을 홍콩으로 불러들였다. 예술금융은 효과가 검증된, 좋은 유인책이었다. 선순환 과정이 만들어지자 세계 각지의 부호들이 홍콩으로 몰려들었다.

둘째, 홍콩은 법인설립 절차가 매우 간편하며 낮은 법인세 등 외국회사의 진입장벽이 낮다.

영국 법을 기초로 하고, 외화의 진출입이 편리한 법제를 갖춘 홍콩이기에 미국, 유럽이 주류인 유명 갤러리와 경매회사들이 홍콩에 쉽게 진출할 수 있었다.

셋째, 홍콩은 지정학적 위치가 좋다.

남쪽에는 동남아, 동쪽에는 한국·일본, 북쪽에는 세계 2위 미술시장인 중국과 육로로 접했다. 선박과 항공 등 물류기반 시설의 품질이 세계적이며, 미술품 통관도 빠르고 투명하다.

마지막으로 홍콩이 누려온 장기간의 정치적 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장기적인 정치적 안정은 예술품 거래 안정을 가져온다.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기반으로 홍콩 정부는 ‘Create Hong Kong’설립, ‘서구룡문화지구 개발(213억 홍콩달러, 2조9172억원)’ 등 적극 지원 정책을 냈다. 싱가포르는 뒤늦게 미술시장에 활력을 다시 불어 넣기 위해 무관세 거래소인 프리포트(freeports)를 유치했다. 아트페어인 ‘아트스테이지 싱가포르(Art Stage Singapore)’를 국제적인 행사로 만들려 노력도 했다.

하지만, 이미 홍콩에 안착한 경매회사 및 갤러리들은 싱가포르로 다시 돌아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러한 홍콩의 고공행진도 주춤해졌다. 네번째인 정치적 안정성이 무너지며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의 위치 또한 위협받게 됐다.

싱가포르의 위기는 홍콩에 기회가 됐다. 홍콩의 위기는 우리나라 서울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사실, 지금의 서울은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가 되기에 부족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홍콩과 비교한다면 조건 자체는 충분하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 정치적 안정성 면에서 홍콩과 비슷하다. 한국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도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 구축을 돕는 것과 부합한다. 단, 간편한 법인설립 절차와 낮은 법인세 등 규제의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그렇다고 민간 예술 영역에서 손 놓고 규제완화를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하책이다. 기회는 항상,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서울을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로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 산업 관련 기업들이 서울에 진출하고 안착할 때 필요한 자본을 쉽게 제공해야 한다. 홍콩도 이것이 첫번째였다. 이에 아트파이낸스 활성화는 핵심이다. 현 시점에서 뿌리가 빈약한 한국 아트파이낸스를 활성화하려면, 민간연구소를 통한 연구·교육이 가장 현실적인, 그리고 효과적인 대안이다.

홍익대학교는 ‘동아시아 예술시장 허브 구축을 위한 예술금융 프로젝트’ 일환으로 홍익대학교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 아트파이낸스그룹 공동추진한 ‘예술, 금융과 만나다’ 세미나를 열었다.

미술시장과 미술사, 아트파이낸스와 아트펀드를 알린 이 행사에 정부와 학계, 기업 관계자 등 예술계·금융권 전문가 50여명이 모여 의견을 나눴다. 건설적인 의견 교환은 물론, 서울을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로 만들려 노력하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뜻 깊은 자리였다.

아시아 예술 시장 허브, 서울. 꿈이 아니다. 뜻을 함께하는 이들의 관심과 후원, 참여 덕분에 활성화될 아트파이낸스는 이를 현실로 이끄는 첫 열쇠가 될 것이다.

※ 외부필자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학교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 박사 취득 후 시드니공과대학교(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을 포함해 다양한 정책 자문 활동 중이다.

박지혜는 아트파이낸스그룹(Art Finance Group) 대표다. 우베멘토 Art Finance 팀장 역임 후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미술품 담보대출 보증 지원 사업 계획[안] 연구> 참여 및 아트펀드포럼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미술시장과 경매회사(2020년 출간 예정)』 (공동집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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