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우리나라에 2000만명분의 백신을 도입키로 약속한 가운데 해당 백신을 위탁생산할 국내 업체가 어디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관련업계에는 GC녹십자와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등을 유력한 후보 기업으로 꼽는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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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백신 공급을 논의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에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셀 CEO는 "한국 정부가 바이오신약 개발을 중시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은 강력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백신 생산 역량이 부족했는데 위탁생산 시 대규모 생산 능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역시 "모더나 백신을 한국기업이 위탁생산하기 위한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오간 논의 사항은 없다고 했다.

제약업계는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이 가능한 업체로 GC녹십자,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등을 꼽는다. 이중 가장 유력한 후보군은 GC녹십자와 한미약품이다.

GC녹십자는 10월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시설사용계약을 체결했다. CEPI는 세계보건기구(WHO)·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함께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운영한다. 이에 따라 GC녹십자는 2021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CEPI(모더나 포함)가 지정한 개발사의 코로나 백신 5억도즈를 생산한다. 녹십자가 이미 CEPI와 백신 생산을 계약한 만큼 모더나 백신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제약 업계 분석이다. 특히 GC녹십자가 최근 충북 오창공장에 대규모 위탁 생산을 마련한 것도 가능성을 높인다.

한미약품도 후보군 중 한 곳으로 거론된다. 경기 평택에 위치한 한미약품 바이오플랜트가 연간 최대 10억회분의 백신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설은 일주일간 mRNA(메신저 RNA) 백신 2000만회 접종분을 제조할 수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모더나의 백신이 mRNA인 만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에스티팜도 거론된다. 에스티팜은 mRNA 백신·치료제의 대량 생산을 꾸준히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3년여 전부터 mRNA 방식을 활용한 항암백신이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 관련 시설을 확장했다. 특히 에스티팜은 신사업 확대를 위해 대표이사 직속 mRNA 사업개발실을 신설했을 뿐 아니라 관련 설비도 꾸준히 증설하고 있다. 다만 이미 수주받은 다른 위탁생산 물량이 많은 데다가 mRNA 방식 백신의 대량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미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상태인 데다가 mRNA 백신 대량 생산을 위해 관련 설비를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