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중고차 시장을 둘러싸고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산업계 전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매매업(중고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는 결국 해를 넘겼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움직임은 제도 공백기를 틈타 더욱 활발했다. 중고차 업계 종사자들은 정부청사와 완성차 업체 본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현장에서는 ‘이대론 다 죽는다’며 상복을 입은 참가자들도 여럿 보일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임 조합장은 "내수 신차시장의 호황과 별개로 중고차 영업현장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는 한해였다"며 "영업경쟁 심화, 상품화 비용상승 등으로 중고차 소상공인들의 영업이익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방 단위 조합의 데이터를 보면 종사원 1명당 연평균 수익이 200만원을 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거래금액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지만, 이는 신차 가격 상승으로 인한 중고차 가격 인상과 수입차 거래 증가 등에 따른 결과로 실제 사업자들의 수익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저품질의 재화, 서비스만 거래되는 시장)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은 중고차 정보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제한되는데, 일부 판매자는 이런 상황을 악용해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 차라리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기존 시장의 병폐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재강 조합장은 "업계 자체의 반성과 노력으로 현장상황을 개선을 해야하는 한다는 점은 종사자 모두 깊이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며 "이와 별개로 대기업, 특히 완성차 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생존도 불가능 하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임 조합장은 "지금도 중고차 사업자들은 신차 판매점에서 나오는 대차 수요에 많은 의존을 하고 있다"며 "신차판매점을 ‘갑'으로 하는 관례적 상화관계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직접 진출한다면 시장 독과점 이상으로 시장이 망가질 정도로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매매업은 지난 2013~2019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바 있다. 대기업 진출을 정책적으로 차단한 지난 6년여 간 중고차 업계가 자체적인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이들이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임재강 조합장은 "업계 악습이 깊게 자리 잡고 있던 것이 사실이며 우리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기간은 꾸준히 중고차 생태계를 투명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던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라며 "중고차매매업계는 한국자동차매매연합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개선책과 많은 교육, 홍보를 통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한 책임은 우리 매매업 종사자에게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시장에 대기업, 특히 완성차 업체들이 진입한다해서 중고차 매매업자를 빙자한 사기 집단과 범죄자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계 자체적으로 국회와 정부에 중고차 매매업종사자를 위장한 사기집단의 색출과 강력한 처벌을 위한 제도 마련을 건의 중이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고차 진영은 소비자의 시장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을 해소해 가야 한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공제사업 준비, 연합회 인증중고차 사업(코리아카마켓) 운영 확대, 국토부 검증 프로그램 ‘자동차365’ 매물 연결시스템 구축, 중고차 딜러 자격증 제도 도입 추진, 허위매물 감시기구 설치 및 민관합동 암행감시를 통한 강력한 사법처리 협조 등이 현재 두드러지는 업계의 자정노력 사례다.
외부충격을 통한 혁신에 대해서도 중고차 업계는 열려있다는 것이 임재강 조합장 설명이다. 유통업체나 플랫폼 사업자들과는 기존 업체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상호보완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분위기라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임 조합장은 "제품 문제에 대한 소비자 보상 대책과 책임소재 확인 등 치밀한 장치를 마련한다면 (유통업체나 플랫폼 사업자 등의 중고차 진출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고차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제조와 유통을 독점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구조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중고차매매업 구조 자체가 붕괴되고 소비자 선택권 조차 소멸될 수 있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임재강 조합장은 중고차 매매업은 대기업보다 소상공인이 활동하는 영역으로 존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과 대기업의 이익 보전은 교환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막연히 중고차 업계 종사자들의 생존관을 보장해달라거나 소비자 보호를 외치진 않겠습니다. 업계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성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각을 따뜻한 시선으로 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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