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EUV 도입 D램·176단 이상 낸드로 초격차
K배터리, 하이니켈·전고체 배터리 양산 및 개발 집중

2020년을 빛낸 K반도체·배터리가 새해에도 한차원 높은 기술을 시장에 선보인다. 반도체와 배터리 시장은 각각 170조~18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인데, 성장하는 시장 규모에 맞춰 미래 제품 양산을 준비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함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K반도체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한 D램, 176단 이상 낸드 등 신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양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는 하이니켈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제품 개발 및 양산에 나선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025년 1490억달러(17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도 연평균 25%쯤 커져 2025년 1600억달러(186조원)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LC /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LC /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해 세계 최초로 EUV 공정을 도입한 차세대 D램 출시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EUV 공정은 반도체 포토 공정에서 극자외선 파장의 광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기존 불화아르곤(ArF)의 광원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아(10분의 1 미만) 반도체에 미세 회로 패턴을 구현할 때 유리하다. 성능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EUV 장비는 대당 가격이 1500억∼2000억원으로 높아 첨단 미세공정 싸움이 치열한 시스템 반도체 제작에만 사용했다. 하지만 고성능 D램 생산을 위해 칩 크기를 줄여 집적도를 높여야 하는 기존 방식에 한계가 오면서 EUV 기술 도입이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3월 1세대 10나노급(1x) DDR4에 EUV 공정을 시범 적용해 고객 평가를 마쳤다. 차세대 D램인 DDR5와 모바일용 LPDDR5은 새해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다. 이 D램은 기존 제품보다 속도가 1.8배가량 빠른 4세대 10나노급(1a)으로 EUV 장비를 쓰면 기존 DDR4(1x)보다 12인치 웨이퍼당 생산성을 2배로 높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창사 이래 처음 경기도 이천 캠퍼스에 EUV 장비 도입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한두대의 EUV 장비로 2021년 하반기 이후 양산할 4세대 10나노급(1a) DDR5부터 EUV 기술을 도입하면서 생산 효율과 수율을 평가한 후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12월 176단 512Gb(기가비트) TLC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했다. 이 제품의 솔루션화를 위해 같은해 11월 컨트롤러 업체에 샘플을 제공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낸드는 3세대 4D 제품으로 반도체 업계 최고 수준의 웨이퍼 당 생산 칩 수를 확보했다. 마이크론의 176단 낸드는 3D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중반에 최대 읽기 속도 70%, 최대 쓰기 속도 35%를 향상한 모바일 솔루션 제품을 시작으로 소비자용 SSD와 기업용 SSD를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계에서 유일하게 100단 낸드 이상을 ‘싱글 스택’으로 쌓고 있다. 더블 스택으로 개발하면 경쟁사 대비 손쉽게 200단 이상 낸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128단을 넘어서는 7세대 V낸드를 개발 중이다. 양산 시점은 새해 중으로 예정했는데, 7세대 낸드의 단수는 경쟁사와 같은 176단일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원통형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K배터리 3사는 코발트 비중은 낮추고 니켈 비중은 최대한 끌어올린 ‘하이니켈 배터리’로 승부수를 띄운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신규 수주한 테슬라 전기차 모델Y에 2021년 하반기쯤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배터리를 공급한다. 중견기업 ‘엘앤에프’로부터 NCMA 양극재를 공급받는다.

NCMA 배터리는 기존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제품이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하다. 배터리 내 니켈 함량은 89~90% 수준인 반면 코발트 비중은 5% 이하로 떨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값은 코발트에 비해 20배가량 저렴하면서도 출력 성능을 높이는 알루미늄 추가로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삼성SDI는 새해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양산이 목표다. NCA 배터리는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이 91%에 달한다. 기존 NCM 배터리 원료로 망간 대신에 알루미늄을 넣어 안전성 문제를 해결했다. NCA 배터리는 독일 BMW 신차에 처음 탑재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 비중이 각각 90%, 5%, 5%인 NCM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양극재 전문업체로부터 NCM 양극재를 공급받아 배터리 제조 원가를 절감하고,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한다. 이 배터리는 국내 유일 파우치형 NCM 배터리가 될 전망이다.

전고체배터리는 국내에서 삼성SDI가 개발에 근접해있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다. 2023년 소형 셀, 2025년 대형 셀을 대상으로 각각 검증을 마쳐 2027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아 시장 판도를 바꾼다는 목표다.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I의 천안사업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을 만나 전고체배터리 기술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전고체배터리는 액체의 전해액이 아닌 고체의 전해질을 사용해 발화 가능성이 ‘0’에 가깝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안전과 관련된 부품을 줄이고, 그 자리에 에너지 용량을 높이는 물질을 채울 수 있어 성능도 더 뛰어나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하이니켈 배터리는 현존 리튬이온 배터리 중 주행거리와 안정성을 높이는 가장 이상적인 배터리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이전까지 대세로 자리잡을 것이다"라며 "K배터리가 NCMA, NCA 배터리 기술을 고도화 하면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과 격차도 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