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해 학습한다는 것이 어색할 수 있지만, 게임 안에는 문학·과학·사회·상식 등 다양한 분야 숨은 지식이 있다. 게임을 잘 뜯어보면 공부할 만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오시영의 겜쓸신잡(게임에서 알게된 데없지만 알아두면 기한 느낌이 드는 동사니 지식)은 게임 속 알아두면 쓸데없지만 한편으로는 신기한 잡지식을 소개하고, 게임에 대한 이용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코너다. [편집자 주]

게임 업계에서는 두 발로 걸어다니는 인간형 소 캐릭터를 흔히 찾을 수 있다. 디아블로2에서는 핼버드를 든 소가 끝없이 몰려와 ‘음메’하며 이용자를 공격하는 ‘카우 레벨’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오크의 친구이자 호드의 일원인 ‘타우렌’ 종족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반인반소 챔피언 ‘알리스타’를 만나볼 수 있다.

디아블로2의 시크릿 카우 레벨 이미지 / 구글 이미지
디아블로2의 시크릿 카우 레벨 이미지 / 구글 이미지
그리스 신화의 등장하는 ‘미노타우로스(Minotaur)가 인간형 소 캐릭터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다. 미노타우르스는 보통 얼굴과 꼬리는 황소, 나머지는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로 그려진다. 이름인 미노타우르스는 그리스어로 ‘미노스의 황소(Μίνως + ταύρος)’라는 뜻이다.

미노스는 크레타 섬의 왕이다. 그는 왕이 되기 전 형제들과 왕위를 두고 경쟁했다. 왕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미노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눈처럼 하얀 황소를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이 황소를 본 크레타 사람들은 미노스를 왕으로 인정했다.

왕위에 오른 미노스는 제물로 눈처럼 하얀 황소를 포세이돈에게 바쳐야 했는데, 황소가 너무 멋진 탓에 죽이기 아까워 다른 소를 바치고 말았다. 이에 화난 포세이돈은 미노스 왕의 부인 파시파에에게 저주를 내려 황소를 사랑하도록 만들었다. 파시파에는 당대 최고로 꼽히던 기술자인 다이달로스에게 나무로 암소를 만들도록 한 뒤 그 안에 들어가 황소를 유혹해 자식을 낳았는데, 그것이 미노타우로스다.

아테네의 미노타우르스 상 /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영문 위키피디아
아테네의 미노타우르스 상 /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영문 위키피디아
머리와 꼬리가 황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는 매우 포악했고, 사람도 잡아먹었기 때문에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를 시켜 빠져나올 수 없는 대미궁 라비린토스(Λαβύρινθος)를 지어 그 안에 미노타우르스를 가두고, 적국 아테네의 소년·소녀 7명씩을 제물로 바쳤다. 라비린토스는 미궁을 뜻하는 영단어 라비린스(Labyrinth)의 어원이 됐다.

이후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제물로 위장해 미노타우르스와 싸워 그를 해치우는데 성공한다.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빠져나온 비결은 실타래였다. 미노스 왕과 파시파에 왕비의 딸인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보고 반해서 실타래를 몰래 전해준 것이다. 테세우스는 실타래를 활용해 지나온 길을 되짚어 금방 미궁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이후 이들은 크레타 섬을 빠져나왔는데, 테세우스가 낙소스 섬에 잠든 아리아드네를 두고 떠난 후 신 디오니소스가 이를 발견해 결혼하게 된다. 디오니소스가 테세우스에게 아리아드네를두고 갈 것을 요구했다는 전승도 존재한다. 디오니소스가 아리아드네에게 선물한 왕관은 아리아드네 사후 별자리인 ‘북쪽왕관자리’가 되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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