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유보신고제 첫 신고부터 딜레마

류은주 기자
입력 2021.01.05 06:00
이용제도과 "이용자 이익 살펴 결정"
경쟁정책과 "SKT에 도매대가 인하 요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보신고제 도입 후 처음으로 신고된 요금제로 고심에 빠졌다. 알뜰폰 도매대가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이 신규 요금제를 신고했는데,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알뜰폰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요금제를 반려했다가는 자칫 국회와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도매대가 인하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요금제를 수용했다가는 알뜰폰 업계의 반발을 살 수 있다. 과기정통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알뜰폰 활성화 정책에 힘을 쏟는 만큼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 청사/ IT조선
4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이 2020년 12월 말 온라인 전용 신규 요금제를 신고함에 따라 도매대가 인하 방안도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SK텔레콤은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와 유보신고제랑 직접적 연관이 없기 때문에, 신규 요금제 신고 당시 도매대가 인하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는 SK텔레콤이 도매대가 인하를 병행하지 않는다면,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온라인 채널 위주로 판매하는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에서 소매 요금을 담당하는 통신이용제도과는 유보신고제더라도 공정경쟁을 침해하는 약탈적 요금제거나,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통신요금 인하를 방해한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어 정부 입장에서 요금을 반려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게다가 SK텔레콤이 요금을 신고한 날 국회에서 ‘30% 저렴한 온라인 요금제를 환영한다'는 목소리를 일제히 낸 마당에 정부가 초를 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이용자 이익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며 "법에 따라 살펴보고 있으며,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반려가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전했다.

도매대가 인하 압박하는 과기부 vs 도매대가 인하 껄끄러운 SKT

하지만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통신경쟁정책과는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신규 요금제 신고 시 도매대가 인하를 병행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신규요금제를 냈을 때 알뜰폰 도매제공할 의무가 있는 1위 사업자기 때문이다.

단, SK텔레콤이 요금제를 신고할 때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방안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론, 요금제를 반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도매제공 의무는 유보신고제와는 엄밀히 말하면 별개의 사안이다"며 "하지만 도매제공 의무 사업자가 신규요금제 신고할 때 도매제공을 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에서 요청할 수 있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이어 "SK텔레콤이 신규 요금제를 신고하러 온 날, 특정 요금제만 소폭으로 도매대가율을 낮추는 안을 경쟁정책과에 가져오긴 했다"며 "하지만, 특정 요금제가 아닌 전체 요금제의 도매대가를 다 인하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2020년 12월 말 5G 도매제공 의무화 내용이 담긴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5G 요금제는 도매제공 의무화가 확실시 되지만, 관건은 LTE 요금제의 도매대가 인하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5G 요금제 보단 사실 LTE 요금제 도매대가 인하가 더 중요한데, 과거처럼 차일피일 도매대가 인하를 미루는 방식을 반복할까 걱정된다"며 "만약 신규요금제가 통과된 후에 SK텔레콤이 도매대가 인하 시간을 끌면 끌수록, 알뜰폰 업계가 입는 피해는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통신요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매대가 인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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