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세기의 소송전 로열티율만 남았다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1.07 06:00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는 ‘세기의 소송’이 해를 두번 넘겼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내릴 양사 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일은2월 10일이다.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ITC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예측할 수 없지만, 앞서 판결을 2개월 미룬 만큼 이번에는 일정을 연기하지 않을 것이 유력하다.

조기패소 결정이 유지되거나 수정(Remand) 지시가 내려지면 한곳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당장 주가 하락이라는 후폭풍을 겪을 수도 있다. 양사 모두 결과에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불안한 속내가 상존하는 이유다. 배터리 업계는 리스크를 최소화 하려는 양사가 판결 직전 합의를 이룰 가능성을 제기한다. ‘로열티율’을 얼마로 책정하느냐에 양사간 합의 여부가 달렸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왼쪽)·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 각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이를 경우 보상금 성격의 로열티 지급이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로열티 적용률을 몇%로 정하냐에 따라 합의금은 수천억이 되거나, 1조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양사는 그동안 합의금을 놓고 좀처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조단위’를 바라고, SK이노베이션은 최대 ‘수천억대’까지를 마지노선으로 잡아서다.

증권업계에서는 합의금 규모가 1조원 내외로 정해질 가능성을 점친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시장 수주액을 20조원으로 잡아 3%의 로열티를 적용해 산출한 6000억원에, LG에너지솔루션의 누적 소송비용 4000억원(추산)을 합한 1조원이 적정한 합의금 규모라는 분석이다.

기업 간 기술 로열티는 통상 3% 수준으로 책정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7년 중국 ATL을 상대로 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당시 최종판결 직전 안전성 강화 분리막 매출의 3%를 기술 로열티를 받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여전히 조원대 합의금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열티 적용률에 대한 조정은 물론 소송 비용의 부담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기술 탈취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부담할 로열티 적용률을 최대치인 3%로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합의라는 관점에서 소송 비용을 온전히 부담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애초 수조원대를 주장했고 기술탈취 증거가 명백한 만큼 1조원 미만으로 합의는 수긍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증권사 분석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이 내야할 합의금을 1조6000억원부터 2조원까지 매긴 곳도 있다"며 "합의는 가능하지만 이는 미국연방비밀보호법과 최근 판례를 고려해 이뤄져야 하며,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해야만 가능하고 만약 최종판결 후 합의가 이뤄진다면 합의금 수준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입장을 뒤집어 보면 SK이노베이션은 소송 비용을 뺀 수천억원 수준이면 협상에 나설 여지를 준 셈이다"라며 "양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2월 10일 ITC 판결이 나온 후 한쪽이 불리한 입장에서 원점 협상을 펼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k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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