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백신의 지속 가능한 공급 체계와 치료제 개발 등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했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산업 관계자들은 12일 ‘코로나 3차 유행과 백신’을 주제로 열린 온라인 행사에서 현 상황 진단과 향후 과정을 짚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제임스 로빈슨 감염병예방혁신연합(CEPI) 부회장(온라인)과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안광석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류왕식 전 파스퇴르연구소장 겸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준호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학장, 제롬 김 IVI 사무총장, 안광석 서울대 교수, 류왕식 연세대 교수,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토론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왼쪽부터 이준호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학장, 제롬 김 IVI 사무총장, 안광석 서울대 교수, 류왕식 연세대 교수,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토론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유튜브 갈무리
관건은 지속 가능한 백신 공급

제임스 로빈슨 CEPI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속가능한 백신 제조·배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단 시간 내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 가능한 백신 개발 플랫폼을 지원한 결과, 다수의 백신 개발 성과를 이뤄냈다"며 "이제는 백신 원료 수급과 완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 확보, 공급 등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CEPI는 2017년 설립된 연합기구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과 함께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하고 있다. CEPI는 감염병 백신 개발 및 생산을, GAVI는 조달을, WHO는 백신 배분·공급을 담당한다. WHO는 이르면 1월 말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백신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로빈슨 부회장은 "CEPI의 궁극인 목표는 약 77억명의 세계인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는 것이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콜드체인 운송을 요구하는 mRNA 방식의 백신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백신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런 점에서 CEPI는 최근 콜드체인 확보가 어려운 중저소득 국가 대상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백신 생산 시설과 유통 인프라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승인되는 백신은 더 늘어날 것이다"라며 "백신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찾아야 하며, 관련 인프라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2021년 말~2022년 상반기까지는 세계에 코로나19 백신이 공급돼 취약 집단을 보호해야 한다"며 "각국이 개별적으로 노력하기보다는 글로벌 협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순항

류왕식 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겸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류 교수는 "일각에서는 백신이 개발됐는데 치료제가 필요하냐는 질문을 한다"며 "백신은 예방용이고, 치료제는 감염자를 치료하는 용도라는 점에서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에도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가 좋은 역할을 한 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있어 치료제도 마찬가지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백신과 달리 렘데시비르 등 시중에 나온 코로나19 치료제는 효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코로나19 초기에 주목받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는 약효성 논란이 있고, 해외발(일라이릴리) 항체치료제는 중증 환자에 크게 효과가 없었다"며 "그나마 덱사메타손은 중증환자의 사망률은 감소시켰지만, 경증 환자에게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사실상 덱사메타손 외에는 효과가 크지 않은 셈이다"라고 했다.

류 교수는 아직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 중인 치료제 개발 현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나파모스타트와 카모스타트 성분의 치료제 효과를 기대했다. 현재 나파모스타트 성분의 치료제는 종근당이, 카모스타트 성분의 치료제는 대웅제약이 개발 중이다.

류 교수는 "강력한 항바이러스 활성을 띠는 나파모스타트는 중증환자에 적합할 것이라고 본다"며 "세포 수준에서 렘데시비르보다 약효성이 100배 높은 것으로 확인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카모스타트와 관련해선 "경구약물로 경증환자에게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한국과 멕시코에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돌연변이, 걱정할 수준 아냐"

영국에서 시작돼 논란이 된 바이러스 돌연변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이날 "RNA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건 운명이다"라며 "전염병 역사상 변이가 극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변종 바이러스’가 아닌 ‘변이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변이체는 일부 염기서열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을 뜻한다. 변종은 변이가 심해져 독특한 속성과 면역적 차별성이 생긴다. 즉 변종은 코로나19와 차별화되는 만큼, 코로나20 등 바이러스명이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기 바이러스에 비해 현재의 바이러스는 염기서열이 29개 밖에 바뀌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약 99.9%는 초기 바이러스와 같은만큼, 변이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돌연변이가 전파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 교수는 "일부 논문에 따르면 돌연변이는 전파력을 약 56% 수준으로 증가시킨다"라며 "의료체계만 붕괴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변화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돌연변이로 증상이 심각해진다는 증거는 아직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환자 관리만 가능하다면 별 다른 문제가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전염병 역사상 변이체가 극적 영향을 미친 사례는 없다"며 "바이러스 전파력은 증가했지만 병독성은 약해졌다. 이번 영국발 변이체도 같은 노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