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거둔 기업들의 수익을 사회적 약자에 나눠주는 이익공유제 시행을 제안했다. 이에 정부 여당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해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기업과 게임, 소프트웨어 등 비대면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이익공유제 검토에 나서는 한편 태스크포스(TF)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기준이 모호할 뿐 아니라 자칫 부작용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 조선DB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 조선DB
13일 정치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이익공유제는 민간의 자율적 선택으로 결정되는게 바람직하다"면서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불황을 방치하지 않고 연대와 상생의 틀을 만들어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려는 보완적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11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럽처럼 이익공유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또 "플랫폼 경제 시대에 적합한 상생협력 모델을 개발했으면 한다"면서 "예컨대 플랫폼 기업과 자영업자가 공동 노력으로 이익을 높이면 자영업자의 마진율을 높이거나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수혜를 입은 인터넷·플랫폼 기업과 게임·소프트웨어 등 비대면 수혜 기업을 정조준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배달업체와 온라인커머스 업체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이익공유제 참여를 독려했다. 또 이낙연 대표 제안 하루만에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이익을 무슨 기준으로 따질지 애매한데다가 이미 자발적으로 사회공헌과 상생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게임사의 경우 신작 출시한 해와 그렇지 않은 해 매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처럼 코로나19에 따른 수혜인지 사업 이익인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모호하다"며 "이미 법인세 부담도 크고 매출이 오르면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인데 이익이 많이 난다고 해서 가져가는 게 합리적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인 얘기가 오간 건 아니라 조심스럽다"면서도 "기업은 이미 사회 환원 정책을 앞장서며 일종의 이익 공유를 실천해왔다"고 했다.

게임 업계도 난색을 표한다. 정부가 플랫폼 업계처럼 콕 집어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호황을 누린 비대면 기업이 피해를 입은 계층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따라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게임 업계와 관련한 논의는 나오지 않아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이익을 어떻게 나누고 사용하게 될 지 의문이고, 자칫 ‘공산당’스러운 정책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단기적 성과를 위해 이익을 나누는 것은 보약으로 사람 몸을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르핀을 놓아 환각을 보게 하는 것에 가깝다"라며 "오히려 기업 이익금을 미래 산업, 인재에 투자를 할 수 있는 교육 마련이나 장기적인 관점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