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지난주 장중 9만원 벽을 뚫었다. 최근 증권사들은 2022년 상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실적 개선을 전망하며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종전 9만원 대에서 12만원대로 높였다. ‘12만전자’를 위해 삼성전자에 올라탄 동학개미(개인투자자)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반도체 업계는 향후 삼성전자 주가를 좌우할 두 가지 변수로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로부터 수주 물량 확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결과를 꼽는다.

‘12만전자’를 위해 삼성전자에 올라탄 동학개미(개인투자자)의 기대감이 높아진다. / 조선일보 DB
‘12만전자’를 위해 삼성전자에 올라탄 동학개미(개인투자자)의 기대감이 높아진다. / 조선일보 DB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인텔이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이 2023년 생산을 시작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대상이다. 이같은 소식은 이미 삼성전자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인텔이 아웃소싱 계획을 실제 공식화 할 경우 추가적인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뉴욕 월가는 인텔이 21일 2020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위탁생산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본다. 회사 안팎에서 불만이 터져나온 만큼 구조개혁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는 2020년 12월 인텔에 생산부문을 털어내고 대안을 찾으라고 촉구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는 인텔의 위탁생산은 기술력과 양산 능력에서 앞선 TSMC가 우선적으로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종합 반도체 업체이자 인텔의 경쟁사인 삼성전자 대신 반도체 설계는 관여하지 않고 생산만 담당하는 TSMC를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인텔이 필요로 하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뿐이다. TSMC 생산 라인이 수년간 풀가동에 들어갈 예정인 만큼 삼성전자가 낙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18일로 예정된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도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18일 오후 2시 5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을 연다.

이번 선고공판은 2019년 8월 29일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을 내린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에 파기환송을 결정한 이후 508일 만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20년 12월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3.45% 오른 8만1000원으로 급등하며 한해를 마감했다. 오너 리스크 보다는 새해 반도체 실적 개선에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서울고법에 파기환송을 결정한 2019년 8월 29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70% 하락했다. 반면 서울고법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018년 2월 5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0.46% 올랐다. 이날 장 초반 3%대 낙폭을 보였지만, 오후 들어 항소심 결과 기대감에 상승 반전한 것이라는 증권가의 분석이 나왔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실형을 면할 경우 삼성전자는 2017년 2월 기소 후 약 4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 일부를 해소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법리스크 해소 후 시스템 반도체, AI, 6G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할 경우 리더십 공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며 "자칫하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에 오른다는 반도체 비전 2030도 추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