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는 65세 이상이 전체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할 때 초고령화사회라고 규정한다. 2006년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쇼핑 사각지대에 놓인 노년층을 풀어가야 할 사회적 이슈라고 평가한다. 일본은 대안으로 ‘이동형 슈퍼마켓'을 주목한다.

일본 이동형 슈퍼마켓 선두업체 토쿠시마루의 2020년 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4%가 증가한 107억엔(1134억원)이다. 토쿠시마루의 성장에 자극받은 일본 편의점 업계는 노년층 대상 식품 배송 분야에 강화에 나서며 경쟁 중이다.

소형 트럭으로 주택가를 찾아 다니며 제품을 판매하는 토쿠시마루의 차량 모습 / 토쿠시마루
소형 트럭으로 주택가를 찾아 다니며 제품을 판매하는 토쿠시마루의 차량 모습 / 토쿠시마루
토쿠시마루는 지방 마을 어르신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도심으로 나오기 어렵다는 문제에 착안해 이동형 슈퍼마켓 사업을 시작했다. 생선·육류·채소·과일 등 신선식품부터 빵·과자·일상용품 등 400개쯤 상품을 소형트럭에 실어 주택가를 이동하며 판매한다.

매출 규모는 매년 빠르게 증가한다. 2016년 14억엔(148억원), 2017년 36억엔(381억원), 2018년 55억엔(583억원), 2020년 107억엔(1134억원) 등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동형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해당 지역 슈퍼마켓과 제휴를 통해 공급받는다. 가까운 곳에서 상품을 조달하는 만큼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토쿠시마루는 공급받은 상품에 일률적으로 10엔(106원)의 마진을 적용한다. 노년층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과 이동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토쿠시마루는 각 지역 드라이버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운영한다. 드라이버는 10엔 마진 중 5엔을 수익으로 챙길 수 있다. 물건을 공급한 슈퍼마켓도 마진 5엔을 얻는다.

사업 운영사 토쿠시마루의 수익 모델은 프랜차이즈 사업과 닮았다. 각 지역 드라이버로부터 개업 비용 50만엔(530만원)과 월 3만엔(31만80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토쿠시마루에 따르면 현재 700대쯤의 트럭이 사업에 참여했다. 드라이버는 연간 평균 550만엔(580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 많이 버는 드라이버는 매년 1000만엔(1억600만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가기도 한다.

토쿠시마루에 따르면 이동형 슈퍼마켓 이용객 90% 이상이 80세이상 노년층이다. 드라이버는 이들 소비자와 주당 1~2회씩 얼굴을 마주친다. 사람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 노년층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들딸 보다 슈퍼마켓 드라이버를 더 자주 보는 셈이다. 드라이버는 이들 소비자와 신뢰관계를 쌓아가며 매출을 더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토쿠시마루의 경쟁 상대는 아마존 등 e커머스와 편의점 업계다. 회사에 따르면 일본 60~70세 소비자의 e커머스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토쿠시마루의 주요 고객층인 80세 이상 소비자 수가 줄어들면 이동형 슈퍼마켓 사업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편의점업계도 토쿠시마루의 경쟁 상대다. 세븐일레븐 재팬은 지난해 지역 편의점에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스피드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30분 이내에 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아마존과 경쟁을 펼친다. 스피드 택배 서비스로 몸이 불편한 고령자 수요를 노린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