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그래픽카드의 유통 가격이 잇달아 상승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라는 분석이다. 미국이 컴퓨터 부품에 대한 관세를 상승하자 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이 너도나도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MSI는 CES 2021 기간 중 리뷰 미디어 탐스하드웨어와 진행한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서 신제품을 중심으로 자사 그래픽카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MSI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 에이수스는 영업 비용과 물류 활동 및 수입 관세 등의 인상으로 자사의 그래픽카드 및 메인보드 제품군의 출고 가격을 인상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바 있다. EVGA와 조텍 역시 지포스 30시리즈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식 가격을 인상했다.

엔비디아 지포스 30시리즈 파운더스에디션(FE) 제품 / 엔비디아
엔비디아 지포스 30시리즈 파운더스에디션(FE) 제품 / 엔비디아
이처럼 그래픽카드 가격이 갑작스럽게 급등한 것은 그간 중국산 PC 부품에 적용됐던 미국의 관세 인상 유예 조치가 2021년부터 해제됐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뿐 아니라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 케이스 등 중국에서 제조하는 PC 부품 상당수가 관세 상승에 영향을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선포하며 중국산 PC 부품에 대해 적게는 7%, 많게는 25%의 추가 관세를 부여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내 주요 PC 제조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2020년 말까지 관세 인상을 유예했다.

코로나19의 확산 역시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PC 부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의 여행객 인구가 감소하고, 그로 인해 여객과 함께 취급하던 물류량이 덩달아 감소하면서 물류비용이 올랐다는 것.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4분기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엔비디아 지포스 30시리즈, AMD의 라데온 RX 6000시리즈 등 차세대 그래픽카드 제품들은 이전 세대 대비 월등히 향상된 성능과 기능으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고성능 게이밍 PC 수요 증가와 맞물리면서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0년 말부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의 시세가 급등하면서 채굴용 그래픽카드 수요도 덩달아 급증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대량의 그래픽카드가 채굴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일반 유통 시장에 공급되는 그래픽카드 물량은 더더욱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 발표 이전에도 세계 각국의 최신 그래픽카드 유통 가격은 이미 정상가 대비 평균 150%가 넘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국내 한 그래픽카드 유통사 관계자는 "제품을 제조사는 중국 현지 공장에서도 제대로 물량 확보가 어려운 심각한 상황"이라며 "연말연시 특수에도 불구하고 물량 공급이 뚝 끊기는 바람에 영업 활동 자체도 힘들어진 상황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그래픽카드 단품 구매와 그로 인한 고성능 조립PC 구매가 힘들 것으로 본다. 그래픽카드 가격 인상 요인이 한둘이 아닌 데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단기간 내로 해결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