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정리에 나섰다는 루머가 업계에 떠돈다. LG전자는 해당 루머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둔 전망이 속속 나온다.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 IT조선 DB
LG전자 여의도 사옥 전경 / IT조선 DB
19일 모바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 사업본부를 정리한다는 소문이 돈다. LG전자는 2015년 이후 매 분기 스마트폰 사업에서 적자를 내왔다. 연평균 적자는 9000억원에 달한다. 적자가 매해 누적되다 보니 LG전자가 곧 해당 사업부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MC 사업본부를 매각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일각에서는 미국 업체가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엔지니어 단계에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된 상태에서 LG 롤러블로 기업 가치를 높여서 매각 협상 때 유리한 조건을 만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롤러블은 LG전자가 이달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1에서 티저 영상으로 공개한 롤러블 스마트폰이다.

LG전자는 최근 4000여명 규모의 MC 사업본부를 개편하며 핵심 부서를 없애는 등 체질 개선에 돌입한 상황이다. 국내 생산 공장은 중국과 브라질, 베트남 등 해외로 모두 이전했다. 저가 스마트폰은 자체 생산 대신 제품 설계에서 부품 수급까지 발주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비중을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ODM 비중을 70% 이상 늘렸다.

최근 LG전자가 발빠른 사업 진행을 보인 만큼 MC 사업본부 매각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는 최근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 사업본부를 통해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마그나와 합작법인 ‘LG 마그나’를 설립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인다.

증권 업계는 이같은 소문에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진을 극복할 가능성이 작다는 이유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현재 LG 롤러블 말고는 플래그십(주력 모델) 쪽에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며 "결국 ODM과 중저가폰 위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건데 이렇게 해서는 흑자 전환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전 사업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축한 상태에서 보급형 스마트폰 사업을 굳이 끌고 갈 필요가 없다"며 "2015년 이후 5조원 넘는 적자가 발생한 상태에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자산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 매각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 역시 다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증권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부진하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가전 위주로 잘 구축돼 있다 보니 해당 가치를 내세울 수 있다"며 "공장을 인수하거나 브랜드 이미지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각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이같은 소문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도 매각 소식이 돌면서 외신 보도가 이어졌지만 사실이 아니라는 일관된 입장을 내놨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