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켜보는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서 외산 사용
청와대가 외국 기업의 화상회의 솔루션을 사용해 신년 기자회견을 연 것을 두고 국산 솔루션 업계에서 뒷말이 나온다.
외산 제품 사용 소식에 솔루션 개발에 사활을 걸어온 국내 IT업체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국산 솔루션 활성화를 외치는 정부가 정작 외산 솔루션을 사용해 행사를 연 것에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국산 화상회의 솔루션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화상 솔루션으로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는 사례가 꽤 있지만, 공공 부문에서 외산 솔루션을 사용했다는 점은 아쉽다"며 "정부 부처도 공식적으로는 국산 솔루션을 사용하라고 장려하지만, 공무원들은 비공식적으로 ‘줌'처럼 익숙한 외산 솔루션을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국산도 외산 솔루션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올라와 있다"며 "정부가 국산 솔루션 활성화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제기하며 정부 정책의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교육부에서도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원격수업 가이드라인에 ‘줌'을 예시로 드는 등 외산 플랫폼 사용을 오히려 장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국에서는 보안 문제로 인해 오히려 사용을 지양하는 ‘줌'을 시범으로 보여준 격이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글로벌 시대에 언제까지 국가에서 하는 행사에 의전차를 국산차로 사용하냐는 등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무역분쟁만 하더라도 IT기술 역시 자국 보호주의 무역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가 자국 IT 기술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개방적 태도를 취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어떤 스탠스를 잡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