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지켜보는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서 외산 사용

청와대가 외국 기업의 화상회의 솔루션을 사용해 신년 기자회견을 연 것을 두고 국산 솔루션 업계에서 뒷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2021 신년기자회견 모습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2021 신년기자회견 모습 / 청와대
19일 국내 IT업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18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미국 기업 제품을 사용했다. 사상 최초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온·오프라인 통합 방식으로 열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 참석하는 기자를 20명으로 제한하고,100명은 화상회의 솔루션을 통해 참석했다.

외산 제품 사용 소식에 솔루션 개발에 사활을 걸어온 국내 IT업체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국산 솔루션 활성화를 외치는 정부가 정작 외산 솔루션을 사용해 행사를 연 것에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국산 화상회의 솔루션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 화상 솔루션으로 온라인 행사를 진행하는 사례가 꽤 있지만, 공공 부문에서 외산 솔루션을 사용했다는 점은 아쉽다"며 "정부 부처도 공식적으로는 국산 솔루션을 사용하라고 장려하지만, 공무원들은 비공식적으로 ‘줌'처럼 익숙한 외산 솔루션을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국산도 외산 솔루션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올라와 있다"며 "정부가 국산 솔루션 활성화를 위해 조금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제기하며 정부 정책의 디테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교육부에서도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원격수업 가이드라인에 ‘줌'을 예시로 드는 등 외산 플랫폼 사용을 오히려 장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국에서는 보안 문제로 인해 오히려 사용을 지양하는 ‘줌'을 시범으로 보여준 격이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글로벌 시대에 언제까지 국가에서 하는 행사에 의전차를 국산차로 사용하냐는 등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 화웨이를 둘러싼 미중 무역분쟁만 하더라도 IT기술 역시 자국 보호주의 무역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가 자국 IT 기술을 보호하려는 것인지 개방적 태도를 취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어떤 스탠스를 잡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