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조만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태블릿 PC 버전 카카오톡(카톡) 앱을 선보인다. 2010년 모바일 버전을 처음 선보인 후 10년 만의 일이다. 기존에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PC에서 모바일 버전의 카톡만 사용할 수 있다.

카톡은 1개 전화번호로 1개 모바일 기기만 등록하는 정책을 편다. 태블릿 PC에서 카톡을 사용하려면 스마트폰 카톡을 로그아웃 해야만 했다.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이제 태블릿PC 전용 버전이 출시되는 만큼 이런 불편은 사라질 전망이다. 카카오의 이번 결정에 다수 소비자가 환영 의사를 표했다.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크다. 소비자가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전용 카톡 출시를 수년간 요구했음에도 묵묵부답하던 카카오가 뒤늦게 출시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실제 카카오는 애플의 태블릿 PC 제품인 아이패드 버전 카톡을 2018년 내놨지만 당시 안드로이드 제품은 제외했다.

카카오는 당시 iOS(애플 OS)와 안드로이드 간 특성이 다르다 보니 서비스에서 차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구분할 수 없다 보니 하나의 모바일 기기로 인식돼 동시 접속이 불가했다는 설명이다. 반면 iOS에서는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를 구분할 수 있어 전용 카톡 앱 출시가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사유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전용 앱 출시가 지연된 것의 표면적 배경이다. 실은 태블릿 PC 점유율이 전용 앱 출시 순차를 나눴다. 수년간 세계 태블릿 PC 시장 점유율 1위는 아이패드다. 뒤로는 갤럭시탭(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제품이 자리한다. 카카오가 아이패드용 앱을 먼저 내놓은 이유다.

카카오가 지난해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알리며 공개한 카톡 앱 아이콘 변천사 / 카카오
카카오가 지난해 카카오톡 출시 10주년을 알리며 공개한 카톡 앱 아이콘 변천사 / 카카오
최근 이같은 시장 점유율에 변화가 포착되면서 카카오도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앱에 관심을 보였다는게 업계 정설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세계 태블릿 PC 판매량은 467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9% 급증했다. 점유율 1위는 여전히 아이패드지만 과거보다는 영향력이 하락해 29.2%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9.8%로 전 분기보다 6.8%포인트 상승하며 애플을 뒤쫓는 모양새다. 아마존과 화웨이, 레노버 등의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점유율도 약진했다.

소비자 대상(B2C)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 입장에서는 다수 사용자가 포진해 있는 서비스 환경이나 기기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하다. 태블릿 PC용 카톡 앱이 아이패드에서 먼저 나온 것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주된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안드로이드 기기 전용 앱 출시가 아이패드 대비 3년 가까이 늦어진 점은 분명한 아쉬움이다.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서야 앱 출시설이 나온 것도 그렇다. 5000만명 가까운 국민이 24시간 사용하는 메신저 서비스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일지 묻고 싶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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