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1 시리즈가 정식 판매도 되기 전부터 거의 반값에 팔린다. 불법 보조금이 아닌 합법 지원금을 받을 때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이통사들은 이례적으로 갤럭시S21 출시 전부터 공시지원금 경쟁에 돌입했다. 단말기를 사면 최대 5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갤럭시S21 출고가가 99만99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신상을 절반가에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사전예약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팬텀블랙 색상의 갤럭시S21 울트라(왼쪽)와 팬텀바이올렛 색상의 갤럭시S21 / 삼성전자 홈페이지
팬텀블랙 색상의 갤럭시S21 울트라(왼쪽)와 팬텀바이올렛 색상의 갤럭시S21 / 삼성전자 홈페이지
20일 이동통신 및 모바일 업계에 따르면, 15일부터 사전예약에 들어간 삼성전자 갤럭시S21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이 잇달아 인상 추세다. 보통 이통사는 스마트폰 정식 출시 후 공시지원금 규모를 밝히지만, 이번엔 예외적으로 사전예약 시작과 동시에 공시지원금을 공개했다.

LG유플러스는 사전예약이 진행된 15일 첫날 5G 요금제 별로 26만8000원~50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예고했다.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인 5G 프리미엄 에센셜(월 8만5000원)부터 최대 지원금인 50만원을 제시했다. 전작인 갤럭시S20 시리즈 출시 당시 최대 20만원대 지원금을 제공하던 것과 다르다.

KT는 사전예약 첫날 최대 24만원대 공시지원금을 예고했지만 LG유플러스에 대응하고자 바로 공시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현재는 26만2000원~50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제시한다.

SK텔레콤 역시 사전예약 초반 최대 17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예고했지만 20일 지원금을 상향했다. 다른 이통사와 동일하게 최대 50만원의 지원금을 내걸었다. 최소 지원금 역시 27만원으로 변경 전 최대 액수보다도 높다.

LG유플러스가 15일 갤럭시S21 시리즈 사전예약 소식을 알리며 예고한 공시지원금 안내 표 모습. 고가형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40만원 이상의 공시지원금을 제공한다.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가 15일 갤럭시S21 시리즈 사전예약 소식을 알리며 예고한 공시지원금 안내 표 모습. 고가형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40만원 이상의 공시지원금을 제공한다. / LG유플러스
각 이통사가 예년과 달리 잇달아 공시지원금을 상향한 것은 5G 가입자를 빠르게 유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통사들은 올해 판매하는 5G 스마트폰의 비율을 전체 스마트폰의 절반으로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 전략도 공시지원금 상향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갤럭시S21 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새해 처음 선보이는 주력 스마트폰이다. 해당 모델의 흥행 여부가 상반기 단말 사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사전예약 혜택으로 프리미엄 무선이어폰(갤럭시버즈 프로)을 제공하는 등 강력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며, 이통사 역시 공시지원금 상향으로 수요에 대응 중이다.

소비자 반응도 뜨겁다. 이통 업계에 따르면 15일부터 시작된 이통 3사 사전예약에서 갤럭시S21 시리즈는 12만대 전후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여기에 자급제(제조사, 유통사에서 공기계 구매 후 원하는 이동통신사에서 개통해 사용하는 방식) 모델 판매 예상치는 2만대를 내다본다. 사전예약이 끝나는 21일까지 20만대 판매를 돌파할 수 있다는 업계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기 대여 서비스에서도 이같은 흥행이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대여 희망자에게 갤럭시S21 시리즈를 2박 3일간 사용하도록 빌려주는 갤럭시 투 고(Galaxy To Go)를 16일부터 운영 중이다. IT조선 확인 결과 서비스 초기 갤럭시S21 시리즈 중 기본형인 갤럭시S21 인기가 비교적 높았지만 이제는 나머지 모델들도 전국적으로 대여가 힘들 정도로 물량 부족인 상황이다.

19일 오후 기준 삼성전자 갤럭시 투 고 서비스로 대여할 수 있는 갤럭시S21 시리즈 재고를 알려주는 페이지. 다수 매장에서 재고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 김평화 기자
19일 오후 기준 삼성전자 갤럭시 투 고 서비스로 대여할 수 있는 갤럭시S21 시리즈 재고를 알려주는 페이지. 다수 매장에서 재고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 김평화 기자
삼성전자는 갤럭시S21 시리즈 흥행에 자신감을 표하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속으로 오너 리스크(그룹 오너 경영으로 기업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를 마주한 상황이지만 갤럭시S21 시리즈로 어려움을 극복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17일 자사 홈페이지에서 "갤럭시S21 시리즈의 큰 특징은 새로운 디자인, 전문가급 카메라와 비디오, 강력한 성능을 갖추면서 각자의 스타일과 니즈에 따라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라며 "사전 준비 과정에서 이통사와 파트너들로부터 새로운 디자인, 프로급 카메라, 매끄러운 통합 사용 경험과 성능에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1(6.2인치) ▲갤럭시S21 플러스(6.7인치) ▲갤럭시S21 울트라(6.8인치) 등 3종으로 구성된 갤럭시S21 시리즈를 29일 정식 출시한다. 출고가는 기종 별로 99만9900원에서 159만9400원이다. 최상위 기종인 갤럭시S21 울트라에는 S 시리즈 처음으로 S펜을 지원한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