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가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에 눈독을 들인다. 신규 수익원으로서 그 가능성을 타진한다. 실질 활용 사례를 찾지 못하던 블록체인 기술과 투기의 매개로 전락한 가상자산이 게임 산업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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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 개발사가 게임 속 재화 거래에 가상자산 또는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가상자산과 게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조합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게임 속에서 활용되는 아이템과 캐릭터, 게임머니 등 재화는 가상자산과 자연스러운 연동이 가능하다. 게임사는 기존 게임머니를 가상자산화함으로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또 아이템 거래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보다 투명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수많은 게임 개발사가 2016년부터 가상자산에 관심을 높인 이유다.

블록체인·가상자산과 게임을 결합·접근하는 방법은 각 게임 개발사마다 차이가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인수로 사업 모델 확장을 노리는 공격적인 게임사가 있는가 하면, 게임 안에서 활용되는 아이템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 또는 가상자산을 얹히는 방안을 고려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예컨대 김정주 NXC 대표는 2016년 한국 최초의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인수하고, 2018년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사들였다. 같은해 세계 최초의 가상자산 브로커리지 업체 타고미에 투자도 집행했다. 최근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인수도 거론된다. 게임과 가상자산을 접목한다기 보다는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미르의 전설’로 유명한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는 자체 가상자산 ‘위믹스 토큰’을 출시하며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알렸다. 해당 가상자산은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에서 활용된다. 위메이드는 또 게임 내부에서 활용할 ‘토큰 거래소’도 준비한다.

유저들은 토큰 거래소에서 토네이도 토큰(위메이드의 블록체인 게임 ‘버드토네이도’에서 활용되는 토큰)을 위믹스 토큰으로 교환할 수 있다. 향후 위믹스 플랫폼에 추가되는 게임 토큰도 지원하게 된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게임 내에서 활용될 수 있는 토큰 거래소를 준비하고 있다"며 "출시 시기는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가상자산보다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눈독을 들인다. 넷마블은 지난해 12월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기기를 제한할 수 있는 블록체인 특허를 출원했다. 자녀의 게임과몰입 방지 차원에서다. 여기에는 특정 조건을 갖췄을때 코드가 실행되는 블록체인 프로그래밍 기술 ‘스마트 컨트랙트’가 활용된다.

넷마블은 이 밖에도 게임 아이템 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이 게임사는 최근 게임 유저들이 보다 투명하고 안전하게 아이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블록체인 기술 특허를 내놨다.

그간 게임 유저들은 사실상 재화에 가까운 게임 아이템을 외부 아이템 중개소 등을 통해 거래해 왔다. 거래를 위해 유저는 아이템 홍보 포스팅부터 아이템 거래를 위한 게임 서버 접속, 거래금 수탁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외부 중개소에 별도로 내는 수수료 비용도 크다. 여기에 아이템이 게임 속에서 거래됐다는 물질적 증거가 없어 불안정성도 존재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아이템 거래소가 거론되는 이유다.

넷마블은 특허에 "외부 중개소를 활용하는 방안이나 인게임 아이템 거래소(게임 내부에서 아이템 거래가 허용되는 형태)에는 크고 작은 위험성이 존재한다"며 "아이템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아이템 거래를 허용할 수 있는 아이템 거래 방식에 대한 수요가 존재한다"고 했다.

향후 가상자산 활용 가능성도 열어뒀다. 넷마블은 특허에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동작가능한 임의 형태의 암호화폐를 의미하는 ‘코인’은 아이템 거래소 서버 또는 게임 서버에 의해 그 시세에 따라 현금으로 전환 가능하다"며 "아이템 판매 금액 중 적어도 일부 또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의 수수료 중 적어도 일부는 게임 내 사용가능한 코인 또는 게임 내에서의 특정 자산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넷마블 관계자는 당장의 가상자산 활용 가능성은 부인했다. 그는 "안전성과 투명성을 위해 거래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가져다 활용하는 의미의 특허다"라며 "자체 가상자산을 출시하거나 타 가상자산을 거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글로벌 규모의 게임에서는 고객층도 다양한만큼 가상자산 활용을 고려할 수는 있겠지만, 지역 규모의 게임에서는 굳이 가상자산 연동이 필요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