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가 ‘범국가AI위원회'에서 ‘데이터 콘트롤타워’로 역할을 재정립한다. 하지만 IT업계에서는 4차위가 종전처럼 자문기구 성격으로 그칠 경우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디지털뉴딜 정책의 한축인 ‘데이터댐’도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데이터댐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데이터댐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4차위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의해 설치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4차위 위원의 임기는 1년이다. 1기는 2017년 10월, 2기는 2018년 11월, 3기는 2020년 3월 활동을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4차위를 데이터 콘트롤타워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4차위는 국무총리·민간 공동위원장 체제로 전환하고, 데이터 특위를 신설한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12월 조직 변경 및 확대를 위해 ‘데이터 범부처 거버넌스’ 관련 예산을 발표했고, 1월말 국무회의에 관련 내용을 상정한다.

3기 4차위, ‘범국가 AI 위원회’ 존재감 희미

과기정통부는 2019년 말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발표하면서 4차위 역할을 ‘범국가 AI 위원회'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4차위는 한마디로 AI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존재감이 희미하고 역할도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3기 4차위가 첫 번째로 내놓은 대정부 권고안은 ‘AI 연구허브 구축 제안’이지만, AI 거점화는 이미 과기정통부가 2019년 발표한 내용인데다 부처간 이견이 없던 평범한 제언이다. 2020년 12월 말에 발표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공지능(AI) 윤리기준’ 역시 과기정통부 주도 하에 진행하다보니 4차위의 성과라고 보기 애매하다.

이 밖에도 데이터경제 활성화 방안 의결과 공공데이터 옴부즈만 활동 개시 등은 AI와 연관 있는 활동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서 관심을 가지고 치열한 논쟁이 오가는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에서 다룬 내용은 ▲R&D 분야 근로시간제 개선 ▲전동 킥보드 쉐어링 서비스 주·정차 가이드라인 마련 ▲농어촌 빈집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추진 ▲재활·돌봄로봇 국내 의료·복지시스템에 편입 추진 등이다.

빈집 활용 등 일부 해커톤 주제는 합의의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이해관계자 대립이 첨예한 비대면 진료 등에서는 복지부와 의협이 논의에 불참하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3기 4차위도 ‘타다’ 등 공유경제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 2기 위원회의 한계를 계속 이어간다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2020년 12월 열린 해커톤 규제개선 성과보고회/ 4차위
2020년 12월 열린 해커톤 규제개선 성과보고회/ 4차위
스타트업 업계 한 관계자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받쳐줘서 뒤집지 않는 이상 모빌리티처럼 예민한 규제들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며 "총리가 공동위원장이 되면 이전보다 4차위의 존재감이 커질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처럼 가까운 경쟁국에서 자율주행택시 등 혁신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그제서야 우리나라는 규제를 풀기 시작할 듯하다"고 꼬집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4차위의 존재감과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 4차위가 해나가는 전체적인 역할이 있다"며 "AI는 데이터와 분리할 수 없는데, 관련 주요 안건들을 지난해 많이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견 조정을 위해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부처 간 논의가 있었으며, 데이터 특위를 신설해 데이터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 역시 정부 내 컨센서스(동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자문기구인데 ‘금융위·과기부·개보위’ 부처조정 가능할까

4차위는 이제 데이터 콘트롤타워로서 범정부 데이터 정책 및 사업 조정과 민관협력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 문제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으로 오더라도 4차위의 법적인 역할은 여전히 ‘자문기구'에 머문다는 점이다.

4차위는 그동안 민간 위원장 체제 하에서 부처를 콘트롤하지 못하고 권고안이 행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를 국무총리 공동위원장 체제로 전환해 개선하겠단 입장이다.

4차위 한 관계자는 "민간의 총리가 공동위원장 역할을 하고, 기존에는 5개 부처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했다면 이젠 7개 부처가 늘어나 총 12개 부처의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며 "이전보다는 실행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4차위는 데이터 거버넌스 관련 민관의 심의조정 기능을 유일하게 갖고 있다"며 "총리가 오기 때문에 좀 더 실행력이 담보될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IT 업계에서는 4차위의 자구책 발표에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4차위는 부처 중 하나기 때문에 총리실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부처 간 조정을 해야한다"며 "지금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과기정통부 등 3개 부처도 조정이 안되는 상황인데, 이대로 가면 현 정권의 몇 안 되는 경제정책 성과인 ‘데이터산업 진흥’의 핵심이 데이터댐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