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분쟁 조정 사례는 단 1건뿐
산업계는 존재 자체도 ‘몰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운영하는 정보보호산업 분쟁조정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원회 제도가 만들어진 지 5년이 다 됐지만, 정보보호 관련 기업이 분쟁조정제도를 거의 활용하지 않는다. 조정안은 강제성이 없다보니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기업 평가도 나온다.

정보보호산업 분쟁조정제도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KISA의 카드뉴스 / KISA
정보보호산업 분쟁조정제도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KISA의 카드뉴스 / KISA
24일 정보보호산업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쟁조정위)에 따르면, 2020년 정보보호 제품·서비스 관련 분쟁을 조정한 사례는 단 1건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쟁조정위는 ‘정보보호산업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따라 정보보호제품 및 정보보호서비스의 개발·이용 등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2016년 6월에 설치됐다. 기업이나 이용자가 분쟁조정위에 조정을 신청하면 판사, 검사, 변호사, 변리사, 교수 등 관련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비용 없이 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조정제도의 존재 조차 모르는 곳이 많다. 일부 업체는 제도의 존재를 알고 있음에도 활용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보보안 업계 한 관계자는 "제도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측면이 없지않아 있다"며 "업계가 좁다보니 서로 파트너사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분쟁이 생겨도 웬만하면 사업자 간 잘 해결하려 하고, 저작권 침해같이 큰 다툼은 조정제도를 거치기 보단 법적 분쟁으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른 보안업계 관계자는 "그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KISA는 제도의 이용률을 제고하기 위해 2020년 11월 부랴부랴 분쟁조정위 관련 홍보자료를 냈다. 분쟁조정제도와 신청절차 등을 담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SNS 채널로 알리고, 유동인구가 많고 IT기업이 밀집한 주요 지하철역에 해당 제도를 소개하는 이미지를 게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분쟁조정위의 조정안이 권고적 성격에 그치다보니 실효성 부족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조정 결과를 보면, 양 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에 의구심이 있다. 분쟁조정위 조정안은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그냥 종결된다.

정보보호산업 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 한 관계자는 "2020년 분쟁조정을 한 사례는 상반기 1건 있었는데 양 측에서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가 불발됐다"며 "기업들이 제도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홍보를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SNS와 지하철 역 등에 많이 알려 활용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중장기적으로는 분쟁 당사자에 (비용적) 지원을 하는 방향도 고민 중이다"고 덧붙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