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언택트 산업이 단번에 시장 메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변화의 흐름은 올해도 이어진다. 백신이 등장했지만 팬데믹이 몰고 온 변화는 올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변화의 흐름을 잘 타면 기업에는 도약의 기회가 된다. IT조선은 올 한 해 우리 산업계 변화를 이끌 10대 기술을 찾아, 매주 월·목 2회씩 5주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주]

28㎓ 주파수 상용화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8년 대한민국을 시작으로 문을 연 5G 시대 2년 반만에 ‘리얼 5G’ 시대 개막이 임박했다. 지금은 실증 단계다.

산업계는 28㎓ 5G를 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 시대 핵심 기반 기술이라고 평가한다. 28㎓ 5G가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기존 네트워크 환경의 틀에 갇혀 있던 혁신적인 서비스와 기술이 만개할 수 있다.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8㎓ 5G는 대용량 데이터의 초고속 전송이 가능한 통신망이다 / IT조선
28㎓ 5G는 대용량 데이터의 초고속 전송이 가능한 통신망이다 / IT조선
초저지연·초고속·초고용량

28㎓ 5G를 대표하는 특성은 초저지연·초고속·초고용량이다. 국내외 산업계와 소비자층이 너나할 것 없이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대비 월등히 빠른 네트워크와 지연속도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환경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3.5㎓와 28㎓의 근본적 차이는 주파수 특징에 있따. 3.5㎓는 6㎓이하 주파수 분류인 ‘고주파 대역’에 포함된다. 28㎓는 밀리미터파(mmWave)로 불리는 ‘초고주파 대역’으로 분류된다. 28㎓는3.5㎓보다 8배 넓은 대역폭을 가져 이론상 최고 20Gbps의 네트워크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

28㎓ 5G를 ‘리얼 5G’라고 부르는 것은 빠른 속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현재 상용화된 5G 주파수인 3.5㎓와 비교해 네트워크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년 말 기준 3.5㎓ 5G 속도는 617Mbps쯤이다. LTE와 차별화된 속도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산업계는 28㎓ 5G를 통해 그간 어려웠던 서비스 구현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스마트 팩토리나 AI·데이터 기반 4차 산업에 몰두하는 기업은 버선발로 환영한다. 언택트 시대 부상하고 있는 원격 의료 등 양방향 초실시간 연결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도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美, 28㎓ 5G 전국 확대 속도낸다

28㎓ 5G에서 가장 빠르게 진전을 보이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3.5㎓ 대역 대신 처음부터 28㎓ 5G를 상용화했다. 2018년 도입 초기에는 좁은 커버리지의 28㎓ 주파수 특성에 고전했지만 꾸준히 같은 전략을 펼친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반 대중에 서비스할 여건을 충실히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위협적이다.

한스 베스트리 버라이즌 CEO가 애플 아이폰 12 시리즈 공개행사에서 28㎓ 5G 기술 적용을 설명하고 있다 / 애플
한스 베스트리 버라이즌 CEO가 애플 아이폰 12 시리즈 공개행사에서 28㎓ 5G 기술 적용을 설명하고 있다 / 애플
‘버라이즌’은 미국의 이런 28㎓ 주파수 정책을 최전선에서 주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버라이즌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28㎓를 5G 주력망으로 선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라는 지위를 앞세워 제조사에 28㎓ 호환 전용 단말기를 요구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21년에는 CES 2021을 통해 5G 기술 기반 드론 택배 서비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과 5G 중계 파트너십을 발표하는 등 자사 통신망을 무기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버라이즌 28㎓ 5G 통신망은 스포츠처럼 초지연성을 중요시하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28㎓길도 한걸음부터

한국은 28㎓ 상용화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간다. 5G 초기부터 커버리지 범위에 강점을 가진 3.5㎓를 중심으로 5G 네트워크 전국망 구축했다. 28㎓ 5G상용화 민간 적용도 아직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28㎓ 경쟁에서 미국에 뒤처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주파수 특성에 따라 활용처를 다르게 두는 전략을 펼친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천 공항에 적용된 28㎓ 5G 기지국 기반 방역 시스템과 방역로봇 세로(SeRo)를 점검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천 공항에 적용된 28㎓ 5G 기지국 기반 방역 시스템과 방역로봇 세로(SeRo)를 점검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 28㎓ 5G 사업은 B2B 진흥에 초점을 뒀다. 28㎓는 강력한 강점만큼 짧고 회절성까지 낮은 커버리지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범위가 3.5㎓에 비해 10%~15%에 불과한 만큼, 기지국을 촘촘히 깔아야한다. 필연적으로 값비싼 투자·운영비 상승이 따른다.

산업계와 정부는 무리한 전국망 구축 대신 공공서비스와 실무 단계에 28㎓ 5G를 적용해 민간에 낙수효과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28㎓ 실증에 나서고 있기에, 산업계 상용화가 추후 민간 적용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유플러스의 경우 2020년 12월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와 협력해 28㎓ 5G를 민간에 시범 적용한 바 있다. 작은 면적에 유지·보안 부담도 덜한 캠퍼스 부지를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리얼 5G’ 민간 적용 첫 삽을 떴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민우 인턴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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