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시대 역주행 ‘실감콘텐츠’ 예산

오시영 기자
입력 2021.01.26 06:00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감콘텐츠 확대 기대
예산은 지난해 556억→올해 490억 되레 축소

코로나19로 한계에 몰린 실감콘텐츠 업계가 울상이다. 기대했던 정부의 실감콘텐츠 지원 사업 예산이 오히려 축소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감형 케이팝 공연 등 신사업을 합하면 예산은 늘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 체감과는 온도차가 뚜렷한 모양새다.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더 활약할 수 있는 실질적인 도움을 정부가 펼쳐야 한다고 업계는 목소리를 높인다.

광화문 실감콘텐츠 프로젝트 소개 영상의 한 장면 / 한국콘텐츠진흥원 유튜브
25일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1 지원사업 설명회’를 통해 ‘실감콘텐츠 사업’을 육성한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체감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육성 선언과 달리 예산이 오히려 줄어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실감형 콘텐츠란 인간의 오감을 극대화해 실제와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는 차세대 콘텐츠를 일컫는다.

콘진원이 밝힌 올해 실감콘텐츠 지원 사업 예산은 49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556억원과 비교해 12% 가량 줄었다. 실감콘텐츠 기반 게임 부문 지원 사업 역시 지난해보다 축소됐다. 올해 실감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은 83억3500만원이다. 지난해 100억원보다 17억원이나 줄었다.

콘진원 측은 이와 관련해 "음악 분야인 ‘실감형 케이팝 공연 등 신사업을 합하면 실감콘텐츠 지원 예산은 더 늘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실감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을 인공지능(AI) 활용 콘텐츠 제작 지원 예산으로 새롭게 책정해 43억원 규모를 배정했다.

하지만 업계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콘진원이 밝힌 케이팝 공연 등 신사업에서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신설된 인공지능(AI) 활용 콘텐츠 제작 역시 일반 VR 제작사가 갑자기 뛰어들 수 없는 영역이다.

실감 게임 제작지원 사업 규모도 다소 줄었다. 게임 전체로 보면 기존 4가지 46개 과제가 올해 8가지 68개 과제로 늘고, 지원액도 증가한 모양새다. 하지만 실감콘텐츠 기반 게임만 놓고 보면 과거 9억원 규모 5개 사업에서 4억원 규모 8개 지원사업으로 총 지원 액수는 13억원 줄어들었다. 반면 사업은 늘어났다. 실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업 수는 늘었지만 한 기업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줄어든 셈이다. 가상현실(VR) 등 실감콘텐츠 기반 게임 업계가 울상짓는 이유다.

업계는 남아있는 VR 기업이 살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에 몰려 치열하게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적자생존인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콘텐츠를 납품할 로케이션(아케이드) VR 사업이 대부분 못버티고 무너진데다가 벤처캐피탈(VC) 업계 투자도 끊긴 게 이유다. 여기에 이른 시기에 자금 조달이 되지 않는다면 줄도산 신세를 면키 어렵다는 분석이다.

VR업계 한 관계자는 "VR 업계는 시장이 아직 무르익지 않아 제품 판매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운 상태"라며 "다른 시장과 단순 비교하면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VR게임을 제작할 때는 일반 게임과 비교하면 인력, 비용이 3배쯤 든다"며 "VR 기반 ‘아케이드 기기’를 판매하거나 VR방 등에 콘텐츠를 납품해 비용을 충당했는데 코로나19 이후 오프라인 기반 VR 사업이 다수 도산해 어려워졌다. 실질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콘진원이 추진 중인 ‘광화시대’ / 한국콘텐츠진흥원 유튜브
‘광화문시대’는 실제 시장 수요로 이어질까

콘진원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5G 실감콘텐츠 프로젝트 ‘광화시대’를 두고도 자칫 공공사업(B2G)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감 콘텐츠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광화시대는 철저히 지역을 기반에 둔 콘텐츠라는 점에서 해외진출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1회용 프로젝트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광화시대는 2020년 260억원, 2021년 140억원 등 총 400억원을 들여 광화문 광장, 세종대로, 경복궁역 등에 실감콘텐츠 구현이 목표인 사업이다. 콘진원은 올해 게임 제작지원 부문의 작품을 ‘광화시대’ 콘텐츠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VR 업계 관계자는 "콘진원이 광화시대 콘텐츠를 전면에 내 걸면서 많은 기업이 광화문에 관련된 콘텐츠만 제작할 우려가 있다"며 "제한된 주제, 배경으로 인해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작지원 사업 덕에 이미 많은 콘텐츠가 나왔지만 정작 해외 진출에는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 결과 수익을 못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콘진원은 실감콘텐츠 개발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 수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광화문 프로젝트가 수익 창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라며 "프로젝트가 해외 시장 진출, 한국 시장 활성화 등에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이 부분에서 뚜렷한 해결책이 나온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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