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빚투(빚내서 투자) 등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하며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카카오뱅크는 시중 은행에 비해 신용 대출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대출 자산 증가가 주춤해지면 이익 확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 / IT조선DB
카카오뱅크 / IT조선DB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연초 가계 부채 급증을 우려하며 신용 대출 관리 강화에 나섰다. 시중 은행들은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축소하거나 마이너스 통장 신규 신청을 중단하는 등 신용대출을 줄이는 조치를 내놓는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22일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상품의 최대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했다.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의존도 높아 시중은행 뛰어넘는 타격 우려돼

관련업계는 이런 흐름이 카카오뱅크에 미치는 타격은 시중은행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신용대출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전체 대출 구조에서 신용대출 의존도가 높아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5조8000억원이다. 전체 여신 잔액은 20조3133억원이다. 신용대출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구조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카카오뱅크가 상반기 취급한 전체 가계신용대출 금액(17조3452억) 가운데 98.5%(17조783억원)은 과거 신용 등급 기준 1~4등급 차주였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중 은행은 개인 신용대출 외에도 기업 대출 등이 비등한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가계 대출의 압도적 비중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민은행은 전체 가계대출 162조 중 주택담보대출잔액이 116조를 차지했다. 신용대출잔액은 35조에 불과하다. 또 기업대출잔액은 133조다.

신한은행도 엇비슷하다. 전체 가계대출 126조 중 주택담보대출잔액이 81조를 차지한 반면 신용대출잔액은 32조에 그쳤다. 기업대출 또한 약 172조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 판교 오피스 /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판교 오피스 / 카카오뱅크
기업대출 성과·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 ‘불투명’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올해부터 기업대출에 첫발을 들이고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시작하는 만큼 우려하는 만큼 타격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비대면 플랫폼으로 기업 대출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은 전산화가 어려운 서류들이 다수 필요해 면대면 지속 소통이 필수적인 영역으로 꼽힌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주주명부나 법인 정관 같은 해당 기업이 직접 발행해 전산화 하지 않은 사문서가 기업 대출 과정에서 꼭 필요하다"며 "이를 제출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인력 직접 개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에서 비대면 처리가 녹록지 않은 분야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다.

주택 담보 대출을 통한 돌파구 마련도 불투명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주택 담보 대출 상품 출시는 불가능하다"며 "하반기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부에서 출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경쟁사인 케이뱅크는 이미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은 상태라는 점에서 카카오뱅크보다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은행권 최초로 선보인 케이뱅크의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은 지난해 8월 말 추첨제로 첫 판매를 시작한 이후 취급액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비이자이익 성장성은 강점이나 아직은 미약

일각에서는 카카오앱을 적극 활용한 금융상품 판매가 카카오뱅크의 강점으로 꼽히는 만큼 대출 타격을 피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플랫폼 영향력을 바탕으로 신용카드 모집 대행, 주식계좌개설 신청, 카카오뱅크 미니 판매 등 금융상품 등을 판매해 거둬들이는 순수수료 이익을 빠르게 늘려왔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적자를 해소하고 3분기 41억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비이자 이익이 카카오뱅크 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아 대출 타격에 대한 우려를 상쇄할 만큼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이자이익은 107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순수수료이익은 41억원에 그쳐 비중이 아직 높지 않다. 또 비이자 이익 분야는 최근 저금리 확대로 시중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신용대출 옥죄기로 인해 카카오뱅크가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라며 "고신용 직장인 신용대출 조정은 당국의 대출 조이기에 따른 결정이라기 보다 향후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위한 조정의 성격이 크다. 또 올해 새로운 금융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 인턴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