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특화망 민간도 도입 가능해져
이통사 "시너지 기대감 커"

정부가 이동통신사(이통사)에만 한정하던 5G 특화망 도입 주체를 민간 기업으로 확대하면서 통신 업계가 반색을 표했다. 다양한 사업 주체가 참여하면서 5G 연계 서비스가 활성화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다만 주파수 대역 할당을 고주파인 28기가헤르츠(㎓)로만 한정한 것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26일 열린 제4차 5G+전략위원회에서 5G 특화망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26일 열린 제4차 5G+전략위원회에서 5G 특화망 정책을 논의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2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이날 발표한 5G 특화망 정책이 업계 주목을 받는다. 5G 특화망이란 건물과 공장 등 일부 공간에서 사용이 가능한 5G망을 말한다. 특정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특화한 맞춤형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기존에 국내에선 주파수를 할당 받은 이통사만 5G 특화망 사업이 가능했다. 이제는 이통사 외에 5G 특화망을 필요로 하는 수요 기업이나 그 기업과 연관된 ▲소프트웨어(SW) ▲시스템통합(SI) ▲중소통신사 ▲벤더 등의 제3자까지 5G 특화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업계에서 자체 사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할당되는 주파수 대역은 28㎓ 대역에 600메가헤르츠(㎒)폭의 광대역 주파수다. 기존에 이통사업자의 28㎓대역 주파수와 인접한 28.9~29.5㎓에서 망 공급이 진행될 예정이다.

각 이통사의 5G 고주파 대역폭과 5G 특화망에 배분되는 대역폭 / 과기정통부
각 이통사의 5G 고주파 대역폭과 5G 특화망에 배분되는 대역폭 /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정책과 관련해 세부 공급방안을 3월에 마련한다고 밝혔다. 이때 기업의 긴급한 수요가 있다면 실험국 지정으로 임시 허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빠르면 3월부터 5G 특화망이 실시되는 것이다. 이후 상반기까지 제도 정비를 거쳐 5G 특화망 주파수 공급을 시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통신 업계 "5G 활용 서비스 활성화 기대"

정부의 이같은 발표에 통신 업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기존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만 사업에 관여하다 보니 경쟁 부재로 관련 투자가 부족했다. 다양한 사업 주체가 뛰어들수록 시장 활성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통신장비 업체인 다산네트웍스 관계자는 "B2B 시장에서 민간 기업이 직접 망을 깔아서 사용하는 것에 제약이 있었는데 이번에 규제가 완화하면서 여러 투자와 함께 5G 경쟁력이 강화할 것으로 본다"며 "여러 기업이 자체적인 투자를 더하게 되면서 통신장비 업계에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5G 특화망을 각 산업 분야에서 활용했을 때 예시 도표 / 과기정통부
5G 특화망을 각 산업 분야에서 활용했을 때 예시 도표 / 과기정통부
이통 3사 역시 부담을 덜게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존에 이통 3사가 모든 곳에 망 구축 의무를 지니다 보니 수익과 별개로 진행해야만 사업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KT 사장을 지낸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이통사는 사기업이지만 통신 산업이 공적인 특성을 띠다 보니 수익성이 낮거나 이익이 상치됨에도 진행해야만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며 "이번 정책으로 필요한 기업이 직접 망을 깔면서 관련 서비스가 더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이통 업계 관계자 역시 "정부가 28㎓ 대역을 확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이번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며 "5G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 독일과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선 이같은 이점을 얻고자 수요 기업이나 지역 5G 사업자에게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별도 할당해 5G 특화망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전자·인터넷 등 20개 기업의 5G 특화망 수요조사 결과 SW 기반 사업자와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5G 특화망 수요가 있었다. / 과기정통부
전자·인터넷 등 20개 기업의 5G 특화망 수요조사 결과 SW 기반 사업자와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5G 특화망 수요가 있었다. / 과기정통부
28㎓로 한정된 5G 특화망은 ‘과제’

다만 28㎓대역 주파수로 5G 특화망이 한정된 데는 아쉽다는 의견이 나온다. 각각의 사업 분야에서 5G 특화망을 구축할 때 필요한 주파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세종텔레콤 관계자는 "28㎓는 고주파수 대역이지만 회절성이 좋지 않고 신호도달 거리가 짧아 당사가 검토하는 B2B 분야 활용에 있어 기술적 장애 요인이 있다"며 "해외에서도 3~4㎓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호환성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주파수가 높을수록 신호도달 거리가 짧아 신호가 강하다. 주파수가 낮으면 도달 거리가 늘어 신호가 약해진다. 보다 광범위한 지역에 서비스할 때 쓰인다.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더했다. 그는 "미국은 세 가지 주파수 종류를 목적에 따라 나눈 후 사업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며 "작은 건물이나 공간에서 망을 운영한다면 높은 주파수를 할당하고 넓게 광역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은 낮은 주파수를 할당하는 식으로 정책의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의 5G 특화망 주파수 공급 방식. 대역폭을 구분해서 필요에 따라 제공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해외 주요국의 5G 특화망 주파수 공급 방식. 대역폭을 구분해서 필요에 따라 제공하고 있다. /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는 6㎓ 이하 대역 주파수의 경우 향후 지역 공동 사용 등을 통한 B2B 주파수 추가 확보 방안에서 검토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25일 온라인에서 진행된 사전브리핑에서 "다른 대역과 달리 286㎓ 대역에 여유가 있어 우선 공급이 가능했다"며 "6㎓ 이하 대역은 주파수 정의나 이용 가능성 등을 종합해 판단할 필요성이 있어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