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해 5G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지만 정작 실행 주체인 이동통신 3사의 투자 규모는 파악조차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상 업계 상황과 동떨어진 채 무리하게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 / IT조선 DB
과기정통부 / IT조선 DB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새해부터 5G 사업에 공을 들인다. 과기정통부는 26일 5G 관련 신산업 육성과 함께 5G 전국망을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5G 전국망 구축을 가속하고자 5G 투자 세액 공제율을 3%로 상향하고 등록면허세는 50% 감면하는 등 여러 혜택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2022년에는 전국에 5G망 구축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업에서 중요 축을 담당하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새해 5G 투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5G+ 전략위원회에서 이통 3사의 새해 투자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고 하지만 실상 구체적인 규모는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통 3사의 5G 투자비는 총 투자비 안에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2020년 3분기 것까지만 확인할 수 있다"며 "올해 이통사별 투자비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투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2월 있을 이통사 IR을 확인해야 하지만 기업별로 공개하지 않는 곳도 있을 수 있다"며 "영업비밀이 많다 보니 정부도 전부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의 정보 파악 현황은 기존에 보인 5G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 과기정통부는 2022년까지 이통 3사에 각각 12만개 5G 무선 기지국을 구축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2019년 5G 상용화 이후 이통 3사가 구축한 기지국 수보다 더 많은 기지국을 올해 안에 구축해야 한다.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이통 3사에 요구한 상황임에도 진행 상황의 바로미터인 투자 규모는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통신사 직원이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 SK텔레콤
통신사 직원이 5G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 / SK텔레콤
통신 업계는 정부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 아래 업계 현황을 살피지 않은 채 무리한 추진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정부와 이통사가 제시하는 5G 사업 계획은 지속해서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3.8기가헤르츠(㎓) 5G 단독모드(SA) 상용화는 2020년 추진하기로 했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올해가 돼서야 시범 서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KT는 27일 업계 처음으로 5G 단독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상태다.

2020년 상반기 정부와 통신사 간 있었던 4조원 규모의 5G망 투자 논의도 실현되지 않았다. 이통사들은 실제 해당 시기 3조4400억원 수준의 5G 인프라 투자를 진행했다. 이통3사는 2020년 7월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2020~2022년까지 총 25조원을 5G 투자에 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2022년까지 해당 투자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통신업계는 정부가 좀 더 다양한 유인 정책을 두고 5G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5G 확산에 지속해서 강조를 두는 만큼 민간 기업에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