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TSMC가 테슬라 전기차용 반도체 공급을 독식하기 위한 기술 경쟁을 펼친다. 양사는 테슬라의 차량 제어 시스템과 오토파일럿 기능을 담당하는 칩셋을 각각 공급할 것이 유력하다. 반도체 업계는 향후 3나노(㎚) 초미세공정 경쟁에 따라 한곳이 테슬라 전기차용 반도체 공급을 독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최근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할 5나노 반도체 칩을 연구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자율주행차 수요 증가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삼성전자도 이 부문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 모델X / 테슬라
테슬라 모델X / 테슬라
삼성전자의 5나노 칩은 극자외선(EUV) 공정이 적용된 것으로 현재 삼성전자와 TSMC만이 생산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은 전기차 내 ‘미디어 컨트롤 유닛(MCU)’에 탑재될 반도체 칩이다. MCU는 대시보드 가운데에 장착된 디스플레이, 통신, 오디오 장치다. 테슬라 차량은 MCU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각종 기능을 조작하도록 설계됐다.

앞서 테슬라는 MCU 시스템에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해왔다. 하지만 향후 버전은 삼성전자 5나노 칩을 탑재한 시스템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테슬라도 ‘탈인텔’ 기조를 보인 셈이다.

TSMC는 테슬라 전기차의 오토파일럿 기능을 담당하는 반도체 생산을 맡는다. TSMC는 자율주행 실용화를 추진 중인 테슬라의 전기차용 반도체 ‘HW 4.0’을 4분기부터 7나노급으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HW 3.0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겨왔다. 삼성전자가 공급한 제품은 EUV가 아닌 불화아르곤(ArF) 노광 공정을 거친 14나노급 칩이다.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극자외선(EUV)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극자외선(EUV)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 삼성전자
반도체 업계는 테슬라가 자체 설계 능력은 부족해 MCU와 오토파일럿 기능을 통합한 칩 설계는 시기상조로 본다. 하지만 테슬라가 전기차 효율을 중시하는 만큼 각 시스템에 탑재할 칩은 3나노급으로 급속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5나노 공정은 기존 7나노 공정 대비 칩 면적을 25% 줄이고 소비전력을 20% 감소시키고 10% 향상된 성능(처리속도)을 제공한다. 3나노 공정은 5나노 대비 칩 면적을 35% 이상 줄일 수 있다. 소비전력은 50% 줄이고 성능도 30% 향상시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로 주행하는 전기차는 탑재 부품의 전력효율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 할 수록 반도체 초미세 공정 기술 적용이 전기차 성능을 높이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와 이를 뒤쫓는 삼성전자의 경쟁은 3나노 초미세공정으로 접어들었다. 3나노 반도체는 5G, AI, 자율주행차 등 많은 정보량과 처리 속도가 중요한 분야에 적용될 전망이다. 애플, 구글, 엔비디아 등이 주요 잠재 고객으로 꼽힌다. 테슬라 등 자율주행차를 선도하는 업체들도 눈여겨보는 기술이다. 누가 먼저 양산하느냐에 따라 초미세공정 경쟁의 승패가 날 수 있다.

TSMC는 2021년 최대 280억달러(31조원)를 신규 투자해 3나노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2020년 대비 63% 늘린 것으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쏟아붓는다. 파운드리 점유율 2위(17%) 삼성전자를 완전히 따돌리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도 미국 반도체 공장 신·증설을 검토하며 추격에 나선다. 미국 주요 외신은 삼성전자가 170억달러(18조8000억원)를 들여 미 텍사스주나 애리조나주, 뉴욕주에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텍사스주 오스틴공장에 100억달러(11조원) 이상을 투입해 파운드리 라인을 증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