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진다. 폭스바겐과 포드, 도요타, 닛산 등 자동차 업체는 차량 생산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며 부품 구하기에 안간힘을 쓴다.

미국과 독일, 일본 정부는 TSMC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를 주문한다. TSMC는 해당 제품을 우선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늘면 PC와 모바일용 반도체 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PC와 모바일을 포함한 IT제품을 비롯해 전 산업군이 반도체 품귀와 가격 상승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28일 외신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TSMC는 2월부터 3월까지 단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15%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등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은 가격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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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SMC를 비롯한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검토하면서 차량 제조사가 비상이 걸렸다. 도요타·포드·폭스바겐 등 제조사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에 들어갔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체됐던 자동차 수요 회복과 미중 무역분쟁이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제재에 들어가면서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 생산이 막혔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미국과 독일, 일본 정부가 대만 정부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TSMC는 28일 성명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생산능력을 재조정해 최우선으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TSMC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릴 경우 반대로 PC·모바일용 반도체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수요로 인해 PC·모바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해당 제품에 쓰이는 반도체까지 품귀 현상이 나타날 경우 반도체 가격 인상이 전 산업군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PC와 모바일 제품에 품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은 제조사들의 리크스 관리 실패라고 보면 된다. 일부 제조사 공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공장을 멈췄었고,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감산 계획을 세우면서 재고 비축을 하지 않았다"며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구매를 미뤘던 소비자들이 다시 주문에 나서자 부족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독일, 일본 정부까지 나서 TSMC에 압박을 넣는다고 해서 기존 주문 계약을 모두 파기하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2월과 3월 차량용 반도체 가격 인상 방안이 나오는 이유는 기존 계약 물량을 소화한 후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에 나설 시기가 그쯤이기 때문이다. 다른 계약보다 차량용 반도체를 우선 검토하는 대신 가격을 올려받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면 PC나 모바일 제품 생산이 줄어들 수 있지만, 이미 PC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반도체 재고 확보에 나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PC업계 관계자는 "최근 PC용 반도체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사전에 재고를 확보했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제조사들의 생산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반도체 밸류체인에서 TSMC가 차지하는 높은 비중에 관한 우려가 나온다.

독일 베를린 기반 싱크탱크인 SNV(Stiftung Neue Verantwortung) 전문가는 26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한 기업이 반도체 제조 아웃소싱을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는 전체 반도체 생산 사슬을 고려했을 때 가장 치명적인 요인이다"라고 지적했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2020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 삼성전자가 17%, 글로벌파운드리와 UMC가 각각 7%씩이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