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쯤부터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추진세력의 공세가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96개 단체가 모여 결성한 게임 장애 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올해 ‘전투 국면’으로 전환할 겁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2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2021년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세력에 단호하게 맞설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간담회는 신년을 맞아 위 학회장이 게임 업계 현안에 대한 분석과 조언을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위정현 학회장의 모습 /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의 모습 / 한국게임학회
이 자리에서 위 학회장은 총리실 산하 민관협의체에서 발주한 용역 3개 결과가 나오는 3월 말쯤 등재 찬성자의 공세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다. 이에 대항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을 거치면서 WHO 신뢰도와 국민의 게임 인식 변화를 객관적으로 조사해 근거를 마련하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B위원회는 게임 업계와 학계의 반발에도 2019년 5월 만장일치로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데 찬성했다. 이에 2022년부터 게임이용장애는 공식 질병으로 분류된다.

업계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이 되면 ‘게임=질병’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정부에서 관련 규제가 등장할까 우려한다. 또한 질병코드 등재는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인 것을 고려하면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위 학회장은 "WHO는 과거 어떤 사안의 원인과 대안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WHO는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 기조가 확산하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게임이라는 인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실제 WHO는 2020년 초 코로나19가 세계에 확산하자 ‘게임을 즐겨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자’는 내용을 담은 플레이어파트투게더(#PlayApartTogether) 캠페인을 벌였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결정이 내려진 지 불과 1년도 안돼 오히려 게임 이용을 권장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꾼 셈이다.

위 학회장은 "게임 이용장애 질병화에 쓰인 대부분의 논문이 한국산이다. 찬성 세력인 보건복지부나 의사집단은 WHO의 결정 이후 게임이 끝났다고 생각했을텐데, 실제로는 문화체육관광부나 게임 업계, 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토론하는 상황이다"며 "셧다운제처럼 일방적으로 완패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서 위 학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장관이 동시에 교체되면서 중국에 판호 발급 재개를 요청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중국 게임 대상 심의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신임 장관에게 게임·판호 이슈 중요성 알려
게임사는 적극 새 IP 발굴·해외 시장 개척 나서야

위 학회장은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중국 판호 관련 문제 해결을 촉구할 계획도 밝혔다. 그는 "민관이 손잡고 꾸준히 중국에 압력을 넣고 판호 발급 재개를 요구해야 한다"며 "신임 장관에게 필요하다면 면담을 요청해 게임 산업과 판호 이슈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전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또 한국 게임 업계가 국민의 고통 분담에 동참하고, 도전적인 자세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코로나19라는 우연에 의한 외적 요인으로 수혜를 본 게임 산업, 특히 메이저 게임사가 국민의 고통에 동참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부족했다"며 "2020년 플레이어파트투게더 캠페인 게임 질병코드 등재의 정당성을 뒤흔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게임 업계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익공유제 같은 고통분담 모델은 논리를 떠나 국민적 지지가 형성된다면 이익공유 요구가 들어올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번 돈을 엉뚱하게 다른 분야에 투자해 게임 산업을 약화하거나, 새 IP 발굴, 해외 진출을 시도하지 않는 보수적,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 10년 후 게임 산업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