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과 싸우는 착한 로봇 아닌가요?"
만화 캐릭터 아톰에 대해 20대 초반 직장 후배에게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아톰 만화를 보고 자란 필자도 비슷하다.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머리속에 각인된 것은 있다. 어린이들과 함께 뛰놀며 언제나 정답을 말하고 주변 친구들을 도와 바른길로 인도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선은 반드시 이긴다’는 것도 보여준다.

아톰의 지능 수준이 궁금했다. 당 매체 김형원 차장 기사에 자세히 소개됐다. ‘선과 악을 구별해낼 수 있는 전자두뇌’를 탑재했다. 기억장치는 ‘15조8000억 비트’ 메모리로, 이는 2테라바이트 수준이다. 지금 가정용 PC 수준이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자웅을 가린 구글 AI 알파고가 이미 920테라바이트 메모리를 사용했으니 비교는 의미 없다. 참고로 아톰은 70년전에 등장했다.

스타트업 스캐터랩의 AI서비스 ‘이루다’ 논란이 뜨겁다. 출시 2주만에 75만명이 사용하며 인기를 끌다가, 여성·소수자 ‘혐오 논란’과 함께 서비스가 중단됐다. 난타는 이어졌다. 개인정보 무단 이용 의혹이 일었다. 법무법인이 나서고 일부가 법적 대응에 나섰다.

부푼 꿈을 안고 사업에 나선 스캐터랩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마찬가지다. AI시대에 걸맞은 멋진 서비스를 기대해온 회사는 ‘그로기’ 상태다. 밤낮을 지새며 완성도 높은 서비스 하나만을 생각했을 개발진을 떠올리면 안타깝다. 과연 이들이 다시 나래를 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스캐터랩만의 문제는 아니다. 2년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AI를 강조하며 일기 시작한 AI 바람이 갈길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

100억건 빅데이터 분석 결과다. 이를 혐오로 몰아가면 개발자는 답이 없다. AI와 동격인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불만을 토로하면 개발자는 난감해진다. ‘혐오’ 잣대에 개발자가 인위적으로 손을 대면 그것은 AI가 아니다.

물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선 지적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성과물에 대해 완벽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아톰의 잣대는 더욱이 아니다.


아톰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아톰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 아마존재팬
아톰은 작가가 그린 어린이 만화다. 만약 동일한 방식으로 한명의 개발자가 이루다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논란은 없다. 하지만 그건 AI가 아니다. 그냥 싸구려 장난감이다.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지루하다.

AI는 ‘지금’보다 ‘미래’를 봐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이루다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우리는 발전을 보기도 전에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누가 알까. 일본이 아톰으로 세계 로봇 애니메이션을 평정했다면, 우리가 그 실체로 세계 AI로봇 시장을 평정할지.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