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세력과 개미 전쟁 벌어져 주가 급등
일론 머스크가 공매도 세력 작심 비판도
전문가 "한국서도 거품 형성 가능, 냉정히 투자해야"

미국 뉴욕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헤지펀드와 개인간 초유의 공매도 전쟁 때문이다. 미국 비디오게임 소매 체인 게임스탑이 개미들의 성지(聖地)로 떠올랐다. 전문가는 게임스탑 이슈가 한국 게임주에도 일종의 ‘거품’을 형성할 수 있으므로, 냉정하게 따져보고 투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스탑(Gamestop) 주가가 요동치면서 국내외 개미의 관심이 쏠린다. 게임스탑은 주로 미국 내 마트 등에 입점해 게임 패키지를 판매하거나 중고거래를 진행하는 업체다. 1984년 설립된 후 세계 14개국에 매장 5000개쯤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게임스탑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 네이버
게임스탑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 네이버
하지만 최근 성적과 전망은 좋지 않다. 게임 유통 시장의 무게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크게 기울었고,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에도 시달렸다. 이 탓에 게임스탑은 지난 2년간 매장 800개쯤을 폐쇄한 데 이어 올해 3월까지 1000개 매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개인vs헤지펀드, 초유의 공매도 전쟁

주가가 폭락해야 정상적으로 보이는 게임스탑의 주가는 최근 큰 폭으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요동쳤다. 하루에만 135% 폭등해 최대 466% 상승률을 보이며 450달러선까지 치솟는가 하면 28일(현지시각)에는 주가가 44.29%(153.91달러) 급락해 196.3달러를 기록했다. 이조차도 12일 종가인 19.95달러와 비교하면 10배쯤 되는 가격이다.

별다른 호재 없이도 게임스탑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헤지펀드 공매도 세력과 개미의 전쟁이 벌어진 탓이다. 소수 헤지펀드는 게임스톱 주식에 공매도를 선언했는데, 이를 접한 개미들이 미국 커뮤니티 레딧 내 게시판인 ‘월스트리드베츠’에서 정보를 교환하며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는 공매도 세력을 작심 비판해 불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머스크는 28일 트위터에 "소유하지 않은 집이나 차는 팔 수 없는데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어떻게 팔 수 있냐"며 "이는 헛소리이고, 공매도는 사기다"라고 했다.

개미 역공에 헤지펀드 항복(?)…韓 게임주에도 거품 끼나

결국 헤지펀드가 개미의 역공에 항복하는 모양새가 됐다. 금융정보업체 오르텍스는 27일까지 게임스톱 공매도로 기관투자가이 입은 손실이 10억3000만달러(1조151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집계했다.

로빈후드 등 주식 거래 플랫폼은 28일 게임스탑 종목 거래를 제한했다. 이에 반발한 개미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정치권도 참전 기미를 보인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와 상원 은행위원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게임스탑 이슈 탓에 게임주에 일종의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 비슷한 시기에 게임주가 개미의 관심을 끌었다.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21일 신작 ‘쿠키런 킹덤’을 출시한 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12일 종가 기준 8500원이던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게임 출시 직후인 1월 27일 4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28일 상장한 모비릭스는 ‘따상’을 기록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도 게임스탑 같은 곳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는 개미들이 개발·퍼블리싱 능력 등을 따져 합리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단타를 노리고 뛰어드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며 "게임주는 기대감도 크지만 무너지는 속도도 매우 빠른 경향이 있으므로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시영 기자 highssa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