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니커즈(운동화) 리셀 시장이 대형 플랫폼 업체 간 무리한 마케팅 경쟁으로 중소 플랫폼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네이버 손자회사인 크림과 무신사 등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플랫폼은 수수료 무료, 배송비 지원 등을 앞세워 적자가 나더라도 시장을 장악한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반면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인해 시장에 먼저 진입했던 중소 플랫폼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졌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 중개 플랫폼 크림은 2월 28일까지 판매 수수료와 구매자 배송비 무료 이벤트를 연장한다고 공지했다. 크림은 네이버 스노우 자회사다.

크림은 이번 수수료 무료가 이벤트의 연장일 뿐이라고 밝히지만 업계는 경쟁사를 의식한 조처이자 본인들이 쏜 무리한 마케팅 정책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라고 평가한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선보인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크림 / 네이버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선보인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크림 / 네이버
앞서 크림은 지난해 3월 출범 이후 무료 수수료와 배송비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4월까지 1~2개월 정도만 무료 정책을 공지했던 크림은 이후 매달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사실상 수수료 무료 정책을 고수하며 선두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

여기에 유니콘 기업인 무신사가 운영하는 솔드아웃이 2021년 한 해 동안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운영한다고 선언했다. KT엠하우스 리플, 서울옥션블루의 엑스엑스블루, 힌터의 프로그 등도 현재 수수료를 무료로 조정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수수료를 올리면 이용자가 이탈할 가능성이 커 플랫폼 업체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수수료 무료 정책으로 인해 적자금액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크림의 하루 거래 건수는 1500~2000건 정도로 알려졌다"며 "인건비와 마케팅비, 검수비 등을 감안하면 매달 수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출혈 경쟁이 본격화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무리한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서비스 강화를 위한 투자가 축소돼 이용자 불만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일부 크림 이용자들은 물량이 몰리면서 물건 검수나 판매 대금 정산이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리셀 플랫폼 업체의 주요 수익원이 수수료인 상황에서 이를 포기한 중소 업체는 오래 버티기 힘들 거란 의견이 제기된다. 중소 플랫폼 위주였던 국내 리셀 시장을 대기업이 잠식하는 결과를 낳을 거란 예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크림 거래량이 늘면서 정산해야 하는 금액 단위가 커진 데다 수수료 이벤트를 연장하느라 내부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크림조차 눈치를 보는 상황이며 중소 업체들은 더욱 쉽지 않다"고 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 플랫폼 기업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 무료 정책을 따라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물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소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한 곳은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해외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유니콘 기업인 스탁엑스가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공식홈페이지와 구인구직 사이트 등에 한국 지사 채용 공고를 냈다. 스탁엑스는 영국, 일본 등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최근 홍콩, 캐나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탁엑스가 어떤 전략을 펼칠지에 따라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며 "월마트 등 해외 유통업체가 한국에서 실패한 사례가 있듯 스탁엑스도 해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그대로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다. 수수료 싸움이 치열한 한국 시장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올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나라와 나이키매니아 등을 포함한 한정판 스니커즈 연간 거래 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대기업도 이 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이유다. 현대백화점은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손 잡았다. 오는 26일 문을 여는 서울 여의도동 파크원 ‘더현대 서울’에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전문매장인 ‘BGZT by 번개장터’가 들어선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아웃오브스탁과 협력해 영등포점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