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이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한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에도 관심이 높아진다. 가상자산을 투기자산으로 보기 보다는 확장성 있는 미래 금융 요소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셈이다. 당장은 가상자산 사용자만 활용하는 금융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모양새지만, 향후엔 은행 계좌가 없는 금융 소외국까지 포섭하면서 디파이가 몸집을 확장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온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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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디파이 시장 1월 280억달러 기록…12월 대비 100% 이상 성장

2일 디파이 통계 사이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디파이에 예치된 자금 규모는 18시 기준 280억달러(약 31조원)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130억달러) 대비 100% 이상 증가한 셈이다. 주요 서비스 이용 분야는 가상자산 담보대출과 가상자산 예금, 탈중앙화거래소 등이다.

디파이란 가상자산으로 돌아가는 금융 생태계다. 서비스를 기관이 일방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기존 금융과 달리 디파이는 중앙화된 기관 없이도 기존 금융에 준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디파이 생태계에선 가상자산 담보 대출과 예금 서비스 등이 인기를 얻는다.

예컨대 가상자산 담보 대출과 관련해 인기를 얻는 상품 중 하나는 플래시 론(Flash Loan)이다. 가상자산을 대출받고 약 10~15초 안에 대출금을 상환하는 상품이다. 전통 금융 시장에서 보면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싶다. 하지만 초단위로 가격이 변하는 가상자산으로 차익거래 기회를 노리거나 대출에 따른 이자수익을 노리는 이들에겐 다른 이야기다.

디파이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자 일각에선 디파이가 올해 일반인에게도 서비스될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 언스트앤영은 "2021년이 끝날 쯤에는 주요 금융기관 중 적어도 한 곳이 일반 소비자용 디파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시장을 장악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Y가 꼽은 유력한 디파이 서비스 주자로는 미국 로빈후드와 페이팔, 퍼블릭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 증권사도 디파이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다. 교보증권은 최근 ‘화폐전쟁 3.0’ 보고서에서 "향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 디파이 등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분산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개인이 배제된 만큼 예금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고, 블록체인 투명성 덕분에 리스크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파이 육성 의지 드러낸 KISA

우리나라에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디파이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KISA는 내부적으로 디파이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하면서 부산 블록체인 특구 중장기 계획에도 ‘디파이 육성’을 포함시켰다. 가상자산 금융 생태계를 건전하게 육성해 혁신 금융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가 보이는 대목이다.

KISA는 최근 관련 보고서를 통해 디파이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KISA 의뢰로 외부에서 작성된 이번 보고서는 "최근 블록체인 금융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은 주목할만하다"며 "한국도 세계적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 연구를 진행하고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해 개선점이 무엇인지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또 가상자산과 정보통신기술(ICT)이 바꿔놓을 금융과 삶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파이가 기술을 앞세워 이뤄지는 금융서비스라는 관점에서 기술적 관점의 제도적 장치와 지원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KISA 관계자는 "KISA는 디파이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며 "부산 블록체인 특구를 우선 활성화한 뒤 특구 내부에서 디파이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세계 디파이 생태계에서 가장 화두로 떠오르는 건 어떤 주요 금융 기관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디파이를 서비스할 것이냐다"라며 "가상자산 금융 생태계에 실물 통화를 엮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어가면 한국은 혁신 금융에 있어 앞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