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필먼트(Fulfillment)’는 e커머스 핵심 물류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상품 재고 관리부터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판매자는 풀필먼트 센터에 상품 재고만 확보하면 24시간 쉴새없이 돌아가는 주문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풀필먼트 물류센터 구축에 적극적이다. 고양·인천·대구에 이어 경북 김천과 충북 제천·음성에도 대규모 풀필먼트 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회사는 전국에 총 168곳에 달하는 크고작은 물류센터로 물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신세계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선식품 중심으로 풀필먼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새벽배송 마켓컬리도 수도권에 풀필먼트 센터를 집중시켰다.

반면, 네이버와 11번가는 외부 풀필먼트 물류 시스템에 의존하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 11번가는 우체국을 이용한다.

유통업계는 풀필먼트가 e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평가다. 4일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풀필먼트 물류체계는 e커머스기업 경쟁력 척도다 상품별로 차별화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향후 e커머스시장에서 도태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쿠팡 인천 메가센터 전경 / 쿠팡
쿠팡 인천 메가센터 전경 / 쿠팡
풀필먼트 개념을 일반화시킨 것은 미국 아마존이다. 미국 아마존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아마존의 풀필먼트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e커머스 시장 성장에 따라 페덱스, DHL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도 저마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이 1999년 선보인 풀필먼트센터는 배송 단계를 축소해 전체 배송 시간을 단축한 것이 특징이다. 생산자에서 유통사 창고, 배송사 창고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던 것을 아마존이 직접 재고를 관리하고 배송해 물류비와 배송에 걸리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쿠팡·신세계 자체 대규모 풀필먼트센터 구축

최근 ‘새벽배송'으로 대표되는 신선식품과 자체 배송시스템 확대가 풀필먼트 물류센터 확대를 부추겼다.

‘로켓배송’으로 한국에서 익일배송 시대를 연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인프라·기술 투자를 확대 중이다. 현재 고양·인천·대구에 초대형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중이며, 경북 김천과 충북 제천과 음성에도 대규모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모든 물류 체계를 직접 관리하는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에 있어 국내 선두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촘촘한 배송망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상품 주문부터 재고관리, 배송 동선까지 관리한다. 현재 168개의 크고작은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 쿠팡이 추가로 대형 풀필먼트 물류센터 확장에 나선 이유는 자사 플랫폼에서 발생되는 모든 주문을 처리하기에 아직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통해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재취득한 것도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신세계 SSG닷컴도 풀필먼트 물류센터 확장에 적극적이다. 용인·김포 등 3곳에 네오(NE.O)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네오는 주문에서 배송 준비까지의 전 과정 중 80%를 자동화했다. 김포 네오를 기준으로 2초 당 한 건의 주문을 처리한다. 가공 식품의 경우 40분이면 모든 배송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신세계가 수도권에만 풀필먼트 물류센터 3개를 설립한 이유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새벽배송 등을 포함해 신세계가 직접 배송하는 ‘쓱배송’은 물량은 하루 최대 13만건이다. SSG닷컴 전체 거래액 기준으로 자체배송은 65%를 차지한다.

수도권 새벽배송 시장을 연 마켓컬리도 서울 장지동, 남양주, 용인 등에 4개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며, 최근 김포에 4만평 규모 풀필먼트센터를 설립해 주문처리량을 2배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동탄물류센터를 통해 풀필먼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네이버, CJ대한통운 풀필먼트 활용

반면, 스마트스토어와 라이브커머스로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2020년 전년 대비 37.6%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센터를 활용한다.

유통업계는 네이버가 자체 물류가 아닌 외부업체를 택하지 않은 이유를 다양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는 물류 수요를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협업은 국경없는 크로스보더 시장 진출이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설립한 Z홀딩스를 기반으로 야후재팬과 조조타운 등 현지 커머스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2020년 4월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생활건강과 네이버 등이 주요 고객이다.

유통업계는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시스템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상품군에 따라 풀필먼트 시스템 체계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업체마다 요구사항이 다르고 판매하는 상품군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최적화된 설계가 아닌 평균에 맞출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혁신 상징 SK계열 11번가, 의외 행보

11번가는 이제서야 우체국 물류센터를 활용해 풀필먼트를 진행한다. 약점인 풀필먼트를 외부 인프라를 통해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11번가의 변수는 아마존과의 협업이다. 11번가와 아마존이 국내에서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할 경우 로스보더 시장과 물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1번가와 아마존이 국내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미 168개 크고 작은 물류센터를 확보한 쿠팡과의 경쟁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