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급 자동차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절대 강자인 독일 3사 자리를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위협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내 고급 자동차 브랜드간 역학관계 설명 이미지 / 컨슈머인사이트
국내 고급 자동차 브랜드간 역학관계 설명 이미지 / 컨슈머인사이트
4일 자동차 조사 전문기업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연계 자동차 기획 조사 결과 제네시스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최종적으로 고민한 선택지가 매르세데스-벤츠 인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인사이트는 2016·2018·2020년 등 3개연도에 걸쳐 프리미엄 6개 브랜드(메르세데스-벤츠, BMW, 제네시스, 아우디, 볼보차, 렉서스)가 소비자의 최종 의사결정 단계에서 보인 경합 양상을 분석했다. 새 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그 차를 사기 전에 마지막까지 비교한 차가 무엇인지’를 묻고, 이를 통해 구매 최종단계까지 경합한 브랜드를 확인, 경쟁 구도를 파악하는 조사다.

조사결과 ‘벤츠–BMW’가 가장 강력한 경합관계를 유지했다. 벤츠를 구매하는 사람은 BMW를, BMW를 구매하는 사람은 벤츠를 최종 구매결정 순간까지 가장 많이 저울질해 두 브랜드의 양강구도에는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제네시스의 브랜드 독립과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품질 관련 문제 등으로 시장 변화가 나타났다. 2016년 제네시스의 1차 경합 브랜드는 BMW였지만, 2018년에는 BMW를 제치고 처음으로 벤츠가 1차 경합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20년에는 벤츠와 경합 강도가 더 상승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해당 조사결과를 벤츠에 대해 제네시스가 BMW와 대등한 경쟁 위치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했다, 2016년만 해도 제네시스 구매자는 ‘제네시스를 살까, BMW를 살까’를 1순위로 고민했다면, 2018년부터는 BMW를 2순위로 제쳐놓고 ‘제네시스냐, 벤츠냐’를 우선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여기에 제네시스와 벤츠, 제네시스와 BMW를 놓고 저울질한 소비자 중 2명은 제네시스를 선택했다는 응답을 내놨다. 구입 의사결정 최종단계에서 제네시스가 벤츠와 BMW를 2 대 1로 앞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독일 3사 중 아우디의 빈자리는 제네시스 및 볼보차가 채웠다. 볼보차는 최근 2년 연속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연간 1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브랜드 인지도도 함께 높아졌다. 볼보차는 ‘안전한 차'라는 강점에 최근 상품성까지 강화되며 고급 브랜드로서 입지를 넓혀가는 추세다.

한일 무역갈등 이후 렉서스의 후퇴도 두드러진다. 렉서스 구매자는 제네시스를 비교 대상 1, 2순위로 고려한 데 비해 제네시스 구입자는 3순위 밖으로 생각했다. 렉서스는 조사에서 영업, 서비스, 품질 전반 고객만족도 모두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에선 점차 멀어져간다고 컨슈머인사이트는 분석했다.

회사는 제네시스의 지속적인 성장 조건으로 고객만족도 강화를 주문했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제네시스 구입자들의 체험 품질문제점 수, 품질만족도, 서비스만족도, 종합고객만족도 등이 모두 하위권이며, 최상위권인 벤츠, 렉서스와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며 "특히 제네시스의 초기 품질문제점 수가 경쟁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국내 일반 브랜드보다 열세라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효문 기자 yomun@chosunbiz.com